사연 가득한 '하늘나라 우체국' 게시물 200건이상 올라

  • 입력 2003년 5월 8일 16시 45분


"오늘 어버이날인데, 미진이가 아빠 카네이션 사다 놨어요. 그리고 결혼기념일 진심으로 축하드려요. 아빠가 있다면 엄마한테 반지나 귀걸이를 선물해 주고 웃고 있을 텐테. 사랑해요. 영원히…."

화장장과 추모시설을 관리하는 서울시 시설관리공단 장묘사업소의 인터넷 사이트(www.memorial-zone.or.kr)에 마련된 '하늘나라 우체국'에 오른 글이다.

유가족이 고인에 대한 그리움을 글로 남기는 코너로 평소 20~30건의 글이 올라오지만 어버이날인 8일에는 200건 이상이 게시됐다.

'사랑하는 나의 아버지께' '보고 싶은 엄마' '할머니, 오랜만에 들렀어요' 등 글 하나하나의 제목부터가 돌아가신 부모님과 할아버지 할머니에 대한 애틋한 정을 담고 있다.

"얼마 전에 저가 집에 돌아올 시간에 집 앞 정류장에서 기다려 주셨던 게 생각났어요. 그때 서 계셨던 장소를 보니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났어요."

"변함없이 돌아오는 어버이날인데 편지를 쓰면서 미안하고 죄스러운 마음에 눈물만 흘렸습니다. 그렇게 사랑했던 아버지인데 그렇게 허망하게 보내야만 하다니, 어버이날 그 카네이션이 왜 이렇게 내 가슴을 울리는지…."

"저희가 할머니를 위해 항상 기도하고 있으니까 그 곳에서 아프지 마시고 행복하게 사셔야 되요. 저희들은 할머니께서 원하시는 것처럼 정말 훌륭하게 살께요."

부모에 대한 그리움을 시 한수에 담은 아들, 어버이날이 다가오면 시어머니께 드리고 싶어 화장품을 만진다는 며느리의 사연도 읽는 이의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하늘나라 우체국에는 2000년 2월 개설 이후 지금까지 약 4만건의 글이 올랐다.

송상근기자 songmoo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