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후 10시경 인천 남동공단 벗말 사거리(남동 IC∼해안도로 방향 2㎞ 지점). 제2경인고속도로 남동 인터체인지를 빠져 나온 차들이 남동공단 입구를 지나 벗말 사거리를 향하고 있었다.
사거리 150m 전방에서 좌회전 신호가 켜진 후 다시 ‘직진 좌회전’ 동시신호가 들어왔다.
남동구 논현 주공아파트 방향으로 좌회전하려던 1t 트럭과 세피아 승용차가 자신의 신호를 보며 40∼50㎞의 속도로 내 달렸다.
그러나 반대편에서 신호를 보지 않고 교차로에 진입한 승합차로 인해 좌회전 차량들은 급브레이크를 잡아야 했다.정면 출동사고를 일으킬 뻔한 아찔한 순간이었다.
화가 난 1t 트럭 운전자는 욕설을 퍼부었고 승합차 운전자는 손을 흔들어 미안하다며 황급히 교차로를 빠져 나갔다. 이 사거리에서 이런 일은 하루에도 10차례씩 목격되고 있으며 매달 2∼3건의 교통사고로 이어지고 있다.
원인은 운전자들이 ‘예측 운전’을 할 수 밖에 없는 신호 시스템 때문.
이날 승합차 운전자는 신호를 대기하다 좌회전 신호 뒤 황색 예비 신호가 들어오자, 직진신호(청신호)가 켜 질 것으로 예측하고 출발을 한 것. 이 교차로는 적신호→좌회전 신호→황색 신호 후 직진 신호(청신호)가 켜지지 않고 다시 적신호가 들어온다.
아침 출근 시간대 남동 인터체인지를 거쳐 공단에 진입하는 차량들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반대편 차선의 좌회전을 더 길게 주기 위한 ‘듀얼링 신호시스템’을 24시간 가동하고 있는 것. 그러나 퇴근 시간대에는 반대로 공단에서 남동 인터체인지로 향하는 차량들이 많기 때문에 교통 체증을 부추기는 원인이 되고 있다.
4일 저녁 이 교차로에서 접촉 사고를 일으킨 이모씨(여·32)는 “직진 좌회전 신호가 켜져 좌회전을 하는데 반대편 차선에서 교차로를 넘어오는 차와 부딪혀 사고가 났다”고 말했다. 인천지방경찰청은 현재 이 신호시스템을 2000년부터 사리골 사거리, 계산 4거리, 남동경찰서 사거리, 신기 사거리 등 인천지역 13개 주요 교차로에서 운용하고 있다.
그러나 인천 경찰청 교통정보센터와 도로교통안전공단 인천지부는 교통량 조사를 통해 신호시스템을 운용하고 있는 만큼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신(新) 신호시스템은 교통난 해소를 위해 필요한 만큼 운전자가 새로운 신호 체계에 맞춰 운전습관을 길러야 한다는 식이다.
차준호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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