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살인의 추적’

  • 입력 2003년 5월 11일 18시 24분


화성 연쇄 살인사건을 다룬 영화 ‘살인의 추억’ 끝부분. 경찰은 살인을 당한 시신에서 범인 정액을 입수해 이를 살인범으로 확신하는 용의자의 DNA와 비교하기 위해 미국 연방수사국(FBI)에 보낸다. 동일한 사람의 것으로 판명되면 사건은 종결된다. 그러나 한참을 기다려 날아온 결과는 ‘일치하지 않음’.

영화에서처럼 실제 화성 연쇄 살인사건은 미궁 속으로 빠져들었고 이 사건 수사는 그 뒤 흐지부지됐다. 그러나 국립과학수사연구소(국과수)는 아직도 그 정액의 DNA와 일치하는 범인을 찾고 있다.

11일 국과수에 따르면 국과수는 90년 당시 9번째 피해자의 시신에서 발견된 정액 DNA 분석 결과를 사무실에 비치해놓고 매번 국과수에 접수되고 있는 주요 성폭력 사건 용의자의 DNA와 비교하고 있다.

영화에서는 FBI에 검사를 의뢰했지만 실제는 한국보다 1년 정도 유전자 감식 역사가 앞선 일본의 ‘과학경찰연구소’로 보내졌다.

일본의 이 분석 결과는 여전히 국과수에 비치돼 성폭력사건 용의자들의 정액이나 혈액 또는 체모에 대한 DNA 분석결과와 동일 여부를 비교하는 작업이 계속되고 있는 것.

국과수는 매년 1만여건의 DNA를 분석하는데 이 가운데 성폭력 사건은 50%인 5000여건이다.

90년 12월 범인의 정액을 일본으로 직접 가지고 갔던 국내 DNA분석사(史)의 산증인인 최상규(崔尙圭·59) 국과수 생물학과장은 “한때 화성지역에서만 매달 40∼50건의 DNA분석 의뢰가 와 진땀을 흘렸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90년 당시 분석결과가 늦어 애가 타서 직접 일본에 가서 분석 결과를 봤다”며 “10여년이 지난 지금도 당시 범인 정액의 DNA 분석 결과와 성폭력 용의자들의 것을 비교할 때마다 긴장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김성규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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