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인터넷]용인 포곡中의 정보통신 윤리교육

  • 입력 2003년 5월 12일 18시 06분


경기 포곡중 2학년 4반 학생들이 한승배 담임교사(가운데)로부터 건강한 인터넷 활용법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용인=김태한기자
경기 포곡중 2학년 4반 학생들이 한승배 담임교사(가운데)로부터 건강한 인터넷 활용법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용인=김태한기자
《“인터넷 메신저를 쓰는 동안 낯선 사람으로부터 음란메시지를 받아 본 적 있는 사람?”

9일 경기 용인시 포곡면 포곡중학교 2학년 4반의 6교시 컴퓨터 교육 시간. 담당 교사의 질문에 남녀 학생 대부분이 손을 들더니 경험담을 털어놓았다.》

“음란 영상물을 주겠다며 접근하는 사람이 많아요.”

“욕설을 하거나 음란한 얘기를 걸어오는 사람들 때문에 인터넷 하기가 겁나요.”

“친구 중에는 원조교제를 제의받은 경우도 있어요.”

교사가 스팸메일 수신 경험을 묻자 이 반 학생 35명 전원이 손을 치켜든다. 하루에 10통 이상 받는다는 학생도 절반 이상.

“인터넷 서비스업체의 스팸메일 차단 서비스를 쓰는 데도 걸러지지 않는 것이 많아 짜증나요.”

“스팸메일은 혐오스러운 내용이 많아서 열어보지 않고 지웁니다.”

“호기심에 열어보기도 하지만 엄마 아빠가 혹시 보면 어쩌나 걱정돼요.”

이날 수업의 주제는 인터넷을 통해 날아드는 스팸메시지 차단하기. 교재로는 동아일보 건강한 인터넷 캠페인 지면(4월 29일자 A21면)에 소개된 스팸메시지 차단법이 활용됐다.

학생들은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담임을 맡고 있는 한승배 교사의 설명에 귀를 기울였다. 운영체제에 스팸메시지 차단 기능을 설정하고 차단도구인 ‘SM킬러’를 설치하는 방법까지 꼼꼼히 익혔다. 실습을 마친 한 학생은 “차단 방법이 생각보다 쉬웠다”며 “스팸메시지 걱정만은 꽤 덜었다”며 웃었다.

포곡중에서는 요즘 건강한 인터넷 사용법 수업이 한창이다.

위험수위에 이른 사이버 오염의 심각성을 학생들에게 알리고 적극적인 대응 능력을 길러주자는 취지다. 이 학교 오완수 교장은 “스팸메일, 음란정보, 사이버폭력 등 인터넷 역기능의 범람을 두고 볼 수만은 없어 정보통신 윤리교육을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포곡중은 동아일보와 인터넷 관련 27개 기업 및 기관이 공동 주최하는 건강한 인터넷 캠페인에 호응해 역기능 차단도구, 아바타 아이템, 캠페인 기사 등을 학습에 적극적으로 활용할 계획. 하반기에는 정보통신윤리위원회와 학부모정보감시단 등 건강한 인터넷 캠페인 참여기관의 전문가들을 초청해 강연회를 열기로 했다. 전교생을 대상으로 인터넷 중독 상담 프로그램도 운영할 예정이다.

한 교사는 “학교생활을 둘러싼 사이버 오염은 알려진 것보다 심각한 수준”이라며 “인터넷 역기능 범람에 따른 최대의 피해자는 교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담임을 맡고 있던 제자가 자살사이트에 빠져 투신자살하는 아픔을 겪은 후 밤에는 인터넷 역기능을 감시하는 한국사이버감시단의 단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1학년 정보통신 윤리교육을 맡고 있는 김재용 교사는 “교실 컴퓨터 화면에 음란사이트가 버젓이 열리고, 인터넷에는 학습정보보다 음란정보가 더 많은 게 한국 청소년들이 처한 현실”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이뿐만 아니다. 포곡중 학생들은 최근 개인정보 유출 문제로 한 차례 홍역을 치렀다. 인터넷 실습을 위해 회원제 서비스에 단체로 가입하는 과정에서 누군가가 포곡중 학생들의 주민등록번호를 도용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

갈수록 늘어나는 해킹도 학교로서는 골칫거리다. 해커들이 보안이 취약한 학교 인터넷 서버를 해킹 경유지로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 교사는 “최근에도 학교 홈페이지가 해킹당해 복구 작업을 벌이고 있다”며 “건강한 인터넷 캠페인의 메아리가 전국에 울려 퍼져 인터넷이 건강한 본연의 모습을 되찾길 바란다”고 말했다.

용인=김태한기자 freewi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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