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대전교도소-KT, 수형자에 무료 안부전화서비스

  • 입력 2003년 5월 12일 20시 53분


“어머니, 오랜만에 전화드리네요. 저는 한국에서 잘 지내고 있어요.”

12일 오전 9시 대전 유성구 대정동 대전교도소 안 외국인 전용사동 복도.

‘코리안 드림’을 꿈꾸고 한국에서 근로자 생활을 하다가 순간의 실수로 교도소 신세를 져야 하는 외국인 수형자들에게 이 날은 잊지 못할 하루가 됐다.

교도소(소장 안유·安裕)측과 KT충남본부(본부장 김요동·金堯銅)가 ‘가정의 달’을 맞아 이곳에서 수형중인 30여개국 300여명의 외국인에게 고국에 있는 부모들과 국제 무료전화를 할 수 있는 ‘효도전화’를 개설 한 것.

KT측은 이날 외국인 사동 복도에 8대의 전화기를 임시로 설치해 1인당 5분정도의 국제전화를 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한국냄새 물씬 풍기는’ 이 같은 행사는 교화활동의 일환으로 두 기관이 준비한 것.

한국의 전통 가치인 효의 정신을 일깨움으로써 가정의 소중함을 느끼고 재범을 예방하자는 차원이다.

지난해 8월 인천국제공항 여객 청사에서 남의 가방속에 있는 엔화 1만4000엔을 훔치다 붙잡혀 징역 1년을 선고받고 복역중인 페루출신 야찌빠나씨(56)는 이날 고국에 있는 부인과 5분동안 통화를 한 뒤 눈물을 닦아 냈다.

마약복용혐의로 3년형을 선고받고 2년 6개월째 복역중인 모잠비크 출신의 페니아스씨(31)도 고국에 있는 여동생과 통화를 마친 뒤 “동생이 2년 6개월만에 안부전화를 받고 너무 반가워하더라”고 말했다.

카자흐스탄 블라디미르씨(30)는 고국에 있는 가족과 전화연락이 되지 않아 발만 동동구르며 안타까워 했다.

안 교도소장은 “대전교도소는 형이 확정된 외국인 범죄자의 국내 유일한 수형시설로 이들을 교화하기가 쉽지 않다”며 “성탄절에도 전화를 기회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대전=이기진기자 doyo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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