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인사이드/개항 100주년 기념탑 없앤다더니…

  • 입력 2003년 5월 12일 20시 53분


인천항 주변의 교통체증을 유발하고 일제에 의한 강제 개항을 기념하고 있다는 시민단체의 지적에 따라 3월까지 철거할 예정이었던 ‘개항 100주년 기념탑’의 철거작업이 늦어지고 있다.

인천시가 아직까지 기념탑 철거에 따른 교통체계 개선 등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철거 결정=인천시의회는 지난해 9월 시민단체 등의 의견을 받아들여 중구 항동7가 도로광장에 설치된 개항 100주년 기념탑을 철거하기로 결정하고 같은 해 12월 3억5200여만원의 예산을 통과시켰다.

시는 높이 30m 규모로 설치된 기념탑을 철거하는 대신 범선 등 청동으로 만든 조각품을 중구에 있는 국제여객터미널 친수공간 부지나 월미공원 등으로 이전할 계획이었다.

이에 따라 시는 올해 초 마련한 ‘2003년 주요 업무계획 보고’를 통해 1월중 철거와 관련한 종합계획을 만들어 2월에 용역을 발주해 3월까지 철거를 끝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왜 늦어지나=시의 이 같은 계획에 대해 이전 예정부지 관할기관인 중구와 서부공원사업소는 “철거 후 남은 일부 조각품을 옮겨와 설치하는 것은 곤란하다”며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시민들에게 볼거리로 제공하기에 부족하고 흉물스런 이미지만 주기 때문에 필요 없다는 것.

결국 시는 1월말 경 조각품을 포함해 기념탑을 모두 철거하되 역사적 기록을 위해 사진만 촬영한 뒤 인천시립박물관에 전시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기념탑 철거 계획은 수립되지 않고 있다.

시는 “철거에 따른 기존 도로의 포장과 신호등을 포함한 교통체계 개선 등과 관련해 경찰과의 협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시는 교통체계 개선과 관련한 용역이 끝나면 기념탑 철거공사를 일괄 발주하겠다는 계획이어서 상반기 중 철거가 불투명한 상태다.

‘평화와 참여로 가는 인천연대’ 박길상 사무처장은 “시가 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상태에서 철거 계획만 발표한 뒤 갈팡질팡하고 있다”며 “이달까지 기념탑을 철거하지 않을 경우 시의 행정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인천시는 군사정권 시절인 1983년 11억원을 들여 건립한 기념탑을 2001년 10월 다시 11억원의 예산을 들여 중구 연안여객터미널 부지로 이전할 계획을 마련했으나 인천지역 시민단체들은 이에 반발하며 철거를 요구하고 있다.

황금천기자 kc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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