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전 충남 예산군 삽교읍 목리 보성초등학교 5학년 교실. 이 학교 5학년 영원군(11)의 아버지인 신중길(愼重吉·45) 목사가 ‘꿈★은 이루어진다’는 강의를 하고 있다. 신 목사를 포함, 이날 일일교사로 나선 학부모는 7명. 농번기인데도 학부모 30여명이 이날 학교를 찾아 다과회를 준비하는 등 보성초교는 오랜만에 잔칫집 분위기였다.
한달여 전 전국교직원노동조합과 마찰을 빚던 서승목(徐承穆) 교장의 자살로 교단 분열의 진원지가 됐던 이 학교는 외견상 정상을 되찾고 있다. 학교 건물은 도색과 보수로 말끔해 졌고 60여명 학생들의 재잘거림도 되살아나고 있다.
학교측이나 학부모들은 서 교장 사건을 의식적으로 꺼내지 않으려 애쓰고 있었다.
“스승의 날 행사 때 돌아가신 서 교장 선생님에 대한 묵념을 하기로 했다가 상처가 덧날 것 같아 취소했어요.”
이 학교 서정제(徐正濟) 교장은 “묵념 대신 교사 7명이 14일 저녁 꽃다발과 소주를 들고 신양면의 서 교장 묘소를 찾아 참배했다”고 전했다. 장인숙(張仁淑) 교무부장은 “묘소를 찾아 ‘저희들 왔어요’라고 인사한 뒤 마음 속으로 그간의 경과를 보고했다”고 말했다.
서 교장의 영결식 때 눈물의 추도사를 낭독했던 박민수군(12·6학년)은 “아직 지난달의 일들이 잊혀지지 않는다”며 “후배들이 맞이할 내년 스승의 날은 어두운 구석없이 밝기만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예산=지명훈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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