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보은군 수한면 동정리 옛 동정초등학교 폐 교사(校舍)에 자리잡은 비림박물관. 서예가이자 한중(韓中) 서예 교류의 개척자인 허유(許由·57)씨가 지난해 5월 개관, 최근 1주년을 맞았다. 이곳에는 광개토왕비 비문과 조선시대 왕들의 글씨, 김생 남이 장군의 서체 등 200여점과 중국의 명필 왕희지, 안진경, 구양순 등의 글씨 10여점이 돌에 새겨져 숲을 이루고 있다.
역사적 유물이나 작품을 비석에 새겨 영구 보관하는 비림은 이곳이 국내에서 유일하다. 중국 하얼빈 공업대에서 서예 유학을 하던 1992년 시안의 비림을 방문했다가 한눈에 반한 허 씨가 사재 20억원을 들여 만들었다. “화선지에 쓰여진 글씨는 수백년 밖에 안가지만 돌에 새긴 글씨는 반영구적입니다”
비림 조성을 결심한 허 씨는 4년여간 전국 국립박물관과 기념관 등을 찾아다니며 300여점의 전시품 탁본과 복제품을 수집했으며 원문에 가까운 음양을 내기 위해 중국의 석공에게 석각(石刻)작업을 맡겼다.
한자의 세밀한 필체를 똑같이 돌에 새기는 기술을 가진 석공이 국내에 드물어 중국을 스무차례 드나들며 석공을 찾았다. 박물관을 만든지 1년 정도밖에 안됐지만 입소문을 듣고 찾아온 사람이 벌써 7000여명에 이른다.
이 곳에는 또 수집가인 김동섭 한국운석광물연구소장이 갖고 있는 세계적 희귀 조개 산호류 70여점과 작고한 김기창 화백의 소장품이던 수정화석 등 보기드문 명품 20여점도 함께 전시하고 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인간 생체실험(마루타)으로 악명을 떨쳤던 일본 731부대의 유물과 사진을 전시한 ‘731부대 관’도 있다.
허 이사장은 “역사적 인물이나 사료(史料)를 영구보전, 교육자료로 활용하기 위해 비석박물관을 만들었다”며 “앞으로 박물관을 증축하고 전시작품을 3000여점으로 늘려 중국 시안의 비림에 못지 않은 역사교육의 현장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보은=장기우기자 straw8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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