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공군 제11전투비행단에 따르면 미군과 친선 및 유대를 강화하기 위해 인근에 있는 미 607지원대대 장병들을 대상으로 올 3월 10일 한국어강좌를 개설, 운영 중인데 미군 18명이 등록해 배우고 있다.
영어회화가 어느 정도 가능한 비행단 소속 6명의 장교가 강의를 맡고 있는 이 강좌는 매주 월요일 오후 6시부터 2시간 동안 미군기지 내 학습장에서 열리고 있다.
또 월 1회는 ‘한국문화 탐방시간’으로 정해 미군들에게 한지공예와 유교, 다도(茶道) 등 우리문화를 소개하고 있다.
한국어를 전혀 몰라 ‘아야어여’ 등 기본모음과 자음부터 배운 미군들은 최근 “어제 뭐 했어요” 등의 주제로 간단한 한국어 회화를 익힐 정도로 빠른 진전을 보이고 있다.
수강생인 토마스 A 본조비대위(32)는 “말소리 그대로 글자가 되는 한글의 과학성에 놀랐다”며 “말과 글뿐만 아니라 한국의 예절과 문화까지 배울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또 지난해 미 607지원대대에 부임한 소방관 로나드 스미스상사(36)는 “종전에 근무하던 경기 오산의 부대에서는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도 공부할 여건이 안됐다”며 “이 강좌를 계속 수강해 한국어를 나름대로 소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올 2월 18일 대구지하철 방화참사가 발생했을 때 사고 현장인 중앙로 역에 소방차를 타고 지원차 출동했던 스미스상사는 “참사 당시 울부짖는 시민들을 보고도 한국어를 몰라 따뜻한 위로의 말을 건네지 못해 안타까웠다”고 덧붙였다.
현재 강의는 초급반 수준이어서 강사 6명 중 정낙헌소령(37)과 허익준중위(27)가 주로 강의를 맡고 나머지 4명은 보조 역할을 하고 있다.
허중위는 “처음에는 어린이를 가르치듯이 한국어를 강의하면 된다고 쉽게 생각했는데 성인을 상대로 우리말을 영어로 바꿔 가르쳐야 해 다소 어려움이 있으나 보람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제11전투비행단 관계자는 “일부 미군이 국내에서 불미스러운 일로 물의를 빚고 있는 것은 한국문화를 제대로 알지 못한 탓이라고 판단해 우리의 말과 문화를 가르치는 강좌를 개설했다”며 “수강생이 있는 한 강좌는 언제까지나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대구=최성진기자 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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