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동서남북/제주 전-현지사의 감정싸움

  • 입력 2003년 5월 19일 21시 17분


지난해 6·13지방선거와 관련해 기소된 우근민(禹瑾敏) 제주지사와 신구범(愼久範) 전 지사에 대한 제주지법의 1심 선고공판이 내달 중순으로 예정돼 있다.

도민들은 이들 전 현직지사의 끝없는 반목으로 인해 제주사회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지고 있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들 두 사람은 지방선거에서 치열한 혈전을 벌였으며 선거후에도 갈등과 반목이 봉합되기는 커녕 더욱 심해졌다.

지역사회에 큰 영향을 미치는 이들의 분열모습에 대해 일부에서는 ‘제주도가 둘이 말아먹는 곳이냐’는 냉소적인 반응까지 나오고 있다. 자신의 법적 문제에 매달려 제주국제자유도시추진이나 관광개발 민자유치, 감귤가격하락 등의 현안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는 도정 책임자를 질타하는 목소리도 간간히 들리고 있다.

두 사람의 갈등이 도민사회의 분열로 이어지는 것을 우려한 제주지역 대학교수 100인은 지난 2월 ‘화합과 대통합’을 촉구하는 성명을 냈다. 제주도의회 모 의원도 지난달 23일 임시회에서 ‘도민통합’을 역설했다.

우 지사는 이에 화답했다. 우 지사는 이달 초 “법적 판단의 당사자가 도민통합 대책마련을 하는 데 앞장설 수 없는 아픔이 있다”며 도민통합을 위해 제주도의회가 적극 나서 줄 것을 공식 요청했다.

제주지역 86개 경제 및 사회단체 임원과 대표 142명은 지난 9일 ‘두 사람이 상생의 길을 걸으며 대화합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수 있도록 선처를 바란다’는 탄원서를 제주지법에 제출했다.

이런 움직임에 대해 전교조 제주지부와 제주참여환경연대, 신 전 지사 측에서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들 단체는 우 지사의 도민통합 요청에 대해“통합과 화해는 사건의 진상을 낱낱이 규명하는 것에서 시작한다”며 “진실이 왜곡되거나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통합이라는 말은 가식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일부에서 제기된 도민통합 촉구는 결국 새로운 논란의 불씨만 지폈을 뿐 별다른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제주지법은 ‘강골판사’로 유명한 이흥복(李興福) 제주지법원장을 재판장으로 하는 형사특별부를 따로 구성해 1심 재판을 맡겼다.

재판결과에 불만을 품은 당사자 측에서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법원의 권위에 흠집을 내려는 시도를 예방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법원 측은 설명했다.

이제 ‘정의와 양심’에 따른 판결만 남겨졌다. 어떤 판결이 나서라도 우지사와 신 전지사는 사법적 판단을 놓고 아전인수식 해석과 감정으로 또다시 분열을 부추기는 어리석음을 멈해서는 안될 것이다.

제주=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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