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도는 최근 농업기반공사 장흥지사가 장흥군 용산면 풍길리 풍길 저수지 일대에서 시행하는 농촌용수 개발지구사업을 일시 중지할 것을 요청했다. 도는 또 장흥지사와 장흥군에 이 지역의 청자 가마터에 대한 조사와 발굴을 완료한 뒤 사업을 진행하도록 요구했다. 이 배경에는 환경단체의 끈질긴 노력이 숨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나 눈길을 끌고 있다.
당초 농업기반공사 장흥지사가 지난해 착공한 풍길지구 농촌용수 개발사업은 총 85억8000만원을 들여 진입로 확장공사를 시작으로 2005년까지 완료될 예정이었다.
장흥지사는 공사에 앞서 문화재 존재여부를 조사하기 위해 지난해 4월 512만원의 예산을 들여 전남대 박물관에 이 일대에 대한 문화재 지표 및 분포 조사를 의뢰했고, 전남대 박물관 조사팀은 1개월간 조사를 벌인 끝에 “문화재가 확인되지 않으니 계획대로 공사를 진행해도 좋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에 따라 농업기반공사는 진입로 확장공사를 시작했고 청자 가마터를 포함한 공사대상 토지에 대한 부지매입에 들어가는 등 ‘파헤치기’ 작업이 본격적으로 이뤄졌다.
그러나 장흥환경운동연합은 이 곳이 예부터 고려청자 가마터가 있었던 곳이라고 전해진데다 가끔 청자 파편이 발견된다는 주민들의 말에 따라 지난해 말 장흥군과 함께 실태조사에 나서 가마터를 발견, 공사에 제동을 걸었다. 수차례 현장조사 끝에 나무와 수풀에 가려져있던 가마터 유적을 발견한 것.
장흥군은 이 가마터 일대에 고려 청자를 구울때 쓰이는 도구인 일명 ‘갑발’ 파편이 발견되고 파편이 흙과 함께 묻혀 퇴적층을 이루는 등 고려청자 초기의 특징을 갖춘 유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장흥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가마터 유적을 훼손되기 직전에 발견했다”며 “국가 사적으로 지정될 수 있을 정도로 문화재적 가치가 높아 장흥군에서 현장보존과 함께 체계적인 발굴조사에 나서기로 했다”고 말했다.
장흥=정승호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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