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동서남북/부산민심 '시큰둥'

  • 입력 2003년 5월 20일 21시 04분


내년 총선을 앞두고 부산의 민심을 추스르기 위해 여권의 움직임이 분주하지만 정작 부산 시민들은 시큰둥하다.

일부 시민들은 여권이 부산의 ‘표’를 의식해 이런 저런 정책을 추진하고 정치인이나 관료들이 이 지역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처럼 보이려고 하지만 내막을 들여다보면 속빈 강정이나 다름없다며 비판하고 있다.

정부가 최근 증권, 선물, 코스닥 등 3개 시장을 통합해 부산에 본사를 두는 ‘증시체제 개편안’을 발표한 것도 단적인 사례다.

이에 대해 부산지역 90여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선물시장통합 결사저지 범시민투쟁위원회’는 부산에 본사를 두는 것은 부산시민들에게 혼란만 가중시키는 희한한 정치논리라며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부산 본사에는 선물시장 사업본부와 인사 및 총무, 사장 등의 자리만 있을 뿐이며, 선물시장의 핵심 기능인 청산, 결제, 전산 등의 기능은 서울로 이전돼 현재의 선물거래소 기능조차도 유지하지 못하게 된다는 것. 결국 알맹이는 서울로 가고 껍데기만 부산에 남아 부산 금융산업 발전과 고용 창출에도 아무런 도움이 안된다는 게 시민단체의 주장이다.

범시민투쟁위원회는 서울과 부산에서 모두 반대하는 이 정책을 정부가 고집하는 이유를 따져보기 위해 21일 오후 3시에는 부산상의에서 범시민간담회를 열기로 했다. 또 한국선물거래소 노조는 20일부터 부분파업에 돌입한 뒤 상경투쟁에 나섰다.

부산 전체가 시끄러운데도 이 지역 16명의 국회의원이 소속된 한나라당은 아무 말이 없다.

이 시민단체는 법에 명시된 ‘2004년 1월 주가지수선물 이관’이 선행된 후 통합을 논의하자고 맞서고 있다.

또 부산시민들은 최근 화물연대 부산지부의 파업으로 부산항에 물류대란이 일어났을 때 관련 장관 4명이 부산을 방문한 뒤 보여주었던 한심한 모습에도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파업 현장에 나타났으면 조합원들의 손이라도 잡고 해법을 찾아야 할 이들이 눈살을 찌푸리게 한 언행을 마다하지 않은 것은 부산을 무시한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노심(盧心)이 부산에 쏠렸다고 해서 이러면 안 되지요. 이 상황에서 부산 바람을 기대하면 착각입니다.”

시민들은 민심을 읽으면서 지역발전을 위하고, 나라의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는 정치인 및 관료들의 행보와 정책을 기대하고 있다.

부산=조용휘기자 sile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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