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국제科技대회 심사위원 참석 오기영 대전 대신高교사

  • 입력 2003년 5월 23일 19시 03분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에서 17일 막을 내린 인텔국제과학기술경진대회(ISEF)에 국내 유일의 심사위원으로 참석한 대전 대신고등학교 오기영(吳∼泳·31) 교사는 21일 “‘미래지향적인 과학교육’을 정부 대신 기업(인텔)이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일주일간 진행된 대회에는 40여개국 학생과 교사들이 참가했다. 학생들이 경진대회를 펼치는 동안 교사들은 각국에서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 중심의 과학교육 사례를 경험했다. 이 프로젝트 중심의 과학교육은 인텔이 전 세계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것.

인문계 고교 교사인 오 교사가 심사위원 초청을 받은 것은 그동안의 노력 덕분이다. 그는 1999년 과학교사로 부임한 이래 매년 자비 1000만원을 들여 국내외 과학교육 현장과 박람회를 찾아다녔다. “10년 이후 한국의 성장엔진은 과학기술뿐”이라는 신념 때문이었다.

오 교사는 과학 수업 시간의 절반가량을 ‘미래 과학의 흐름’이나 ‘재미있는 과학현상’ 등 수능과는 거리가 먼 내용들로 채우고 있다. 처음에는 학부모 반발은 물론 동료 교사들의 눈총을 받았지만 지금은 과학반에 온풍기를 사주는 학부모가 생길 정도로 후원자가 늘고 있다.

300여명의 과학반 학생들은 아이디어를 구체화해 작품을 직접 만들고 이를 특허까지 연결하고 있다. 지금까지 학생들이 받은 특허는 ‘손가락 마우스’ 등을 포함해 40여건, 특허가 진행 중인 것은 100여건에 달한다.

“이공계를 기피하는 가장 큰 이유는 과학이 ‘좋은 생계 수단’이 못 된다는 생각 때문이죠. 미국은 이 선입견을 깨기 위해 이공계 출신 최고경영자(CEO)를 수업시간에 자주 등장시키고, 경영이나 특허와 연관하면 얼마든지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 애씁니다.”

오 교사는 사례연구를 위해 2002년 바코드 발명으로 큰 돈을 벌고 있는 미국 보스턴 소재 MIT-라멜슨연구재단을 찾기도 했다. 학생들은 이 회사의 변호사가 개인비행기 5대를 두고 일한다는 설명을 듣고는 큰 자극을 받았다.

그는 이공계 지망생을 위해 교내에 ‘주니어 테크노 MBA 과정’을 운영하며 1년에 3, 4차례씩 세미나를 열고 끊임없이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기술뿐 아니라 경영을 배워야 한다는 뜻. 대학에 간 제자까지 불러들여 오 교사는 “이번 대회에는 미국은 물론이고 전 세계 40여개국에서 1200여명의 학생들이 모여 지력(智力)을 겨뤘다”며 “그러나 브라질 푸에르토리코 등이 20여명의 학생을 파견했는 데 비해 한국학생은 2명밖에 없어 아쉬웠습니다”라고 말했다. 이번에 출전한 한국 학생은 컴퓨터공학 부문의 장영실과학고의 류승균(柳承均·15)군과 경남과학고 송석영(宋錫映·17)군 등 2명이었다.

허진석기자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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