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는 정부 내에서 노동자를 대변해야 하며 그것이 노동 편향이라면 편향하겠다. 불법이더라도 그들의 주장이 정당하면 들어줘야 한다.”(27일자 모 신문 인터뷰)
“노사의 합리적 제도 개선 요구는 적극적으로 수렴하고 노사간 문제는 대화와 타협으로 자율적으로 해결하도록 하되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노사를 막론하고 엄정 대처하겠다.”(29일 한국경영자총협회 간담회)
노사관계에 대한 권기홍(權奇洪) 노동부 장관의 발언이 수시로 바뀌고 있어 경영계와 노동계 모두 갈피를 못 잡고 있다. 여기서는 이런 발언, 저기서는 저런 발언을 하는 등 일관성이 없기 때문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과연 노동부가 노동계의 입장을 대변하는 곳이냐”며 장관의 노사관(觀) 자체를 문제 삼았다. 노동부는 노사 양측의 목소리를 균형 있게 듣고 합리적인 정책을 내놓아야 하는 부처이지 ‘노동단체’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송봉근(宋鳳根) 노동부 공보관은 “장관이 노동 편향을 자처한 것은 어디까지나 행정부 안에서 유효한 것이지 정책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근로자 편에 서겠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고 해명했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한마디로 ‘배신감’을 느낀다는 분위기. 어느 쪽에서도 욕을 먹지 않겠다는 태도로 시기와 장소에 따라 다른 말을 하는 노동부 수장(首長)의 말을 이제는 믿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한 노사관계 전문가는 “권 장관의 ‘오락가락 발언’은 현 정부의 노동정책에 대해 명백한 ‘시그널’을 줄 수 없어 불필요한 오해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경준기자 news91@donga.com
김두관(金斗官) 행정자치부 장관이 30일 연세대에서 열리는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 출범식 경비와 관련해 경찰의 원천봉쇄 방침과는 다른 입장을 밝혀 논란이 되고 있다.
김 장관은 29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경찰과 한총련이 충돌하지 않도록 대학 교내에서 벌어지는 한총련 출범식은 막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화물연대와 공무원노조 사태에서처럼 경찰 투입은 엄중하게 자제돼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라며 “대학 교내에서 벌어지는 한총련 출범식에도 이 같은 경찰 투입 자제 방침이 유지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이날 경찰은 “한총련 출범식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연세대와 신촌 주변에 경찰병력을 배치해 학생들의 집결을 막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김 장관은 31일 서울 광화문에서 미군장갑차 여중생 사망 범국민대책위원회 주최로 열리는 반전평화 문화행사 경비와 관련해서는 “범국민대책위가 주관하는 광화문 행사는 한총련 집회가 될 가능성이 있어 법에 따라 철저히 막겠다”고 말해 한총련 학생들의 개별 참석을 허용한다는 경찰과는 상반된 방침을 밝혔다.
김 장관은 “한미동맹의 상황 등을 감안해 주한 미대사관과 같은 미국 시설물에 대한 경계를 강화하고 성조기 등 미국 상징물에 대한 위협은 철저하게 차단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현재 정부 직제상 경찰청장은 행자부 장관의 지휘를 받도록 돼 있다. 따라서 한총련 출범식 경비와 관련해 행자부 장관과 경찰청의 방침이 이처럼 통일되지 않을 경우 일선 경비에 큰 혼란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한편 한총련 정재욱 의장(23·연세대 총학생회장)은 29일 연세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경찰의 원천봉쇄 방침에도 불구하고 한총련 출범식을 비롯해 신촌 곳곳에서 열리는 마라톤 대회 및 풍물놀이 등을 예정대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현두기자 ruch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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