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부총리 “6개월뒤 시행” 발언에 전교조까지 등돌려

  • 입력 2003년 5월 30일 18시 41분


퇴진 압력을 받고 있는 윤덕홍(尹德弘) 교육부총리가 최근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을 보완 검토한 뒤 다시 시행하겠다고 또다시 말을 바꾸면서 26일 극적 합의를 이뤘던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으로부터도 비난을 받는 등 교육 관련 이해 당사자 모두로부터 ‘왕따’를 당하고 있다.

윤 부총리는 28일 라디오에 출연해 “NEIS가 학교종합정보관리시스템(CS)보다 보안이 훨씬 견고하다”고 발언한 데 이어 29일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6개월간 재검토하면 NEIS의 우수성이 입증될 것이며 전교조가 반대해도 NEIS로 갈 것”이라고 답변했다.

윤 부총리의 국회 답변 내용을 전해들은 전교조는 “어렵게 성사된 합의를 사실상 뒤엎는 것”이라며 “당시 합의는 NEIS 폐기를 의미하는 것인데도 윤 부총리 발언은 사실상의 합의 파기”라고 비판했다.

전교조는 또 윤 부총리가 명분 없는 주장에 밀려 스스로 합의를 파기한다면 전교조의 명예를 걸고 이를 묵과하지 않을 것 이라고 으름장도 놓았다.

그동안 윤 부총리 ‘개혁 장관’으로 지칭하며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한 ‘우군(友軍)’으로 보고 가급적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려 노력하던 태도가 달라지기 시작한 것이다.

29일 교육위에서 윤 부총리가 한나라당 의원들로부터 입장이 오락가락한다는 추궁에 밀려 사실상 NEIS를 시행하겠다는 발언을 하자, 합의 과정에 참여했던 민주당 이미경(李美卿) 의원도 발끈해 “주무장관이 NEIS로 갈 것이라고 예단을 내놓은 것 자체가 문제를 야기한다”고 따졌다.

전국교장단,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 등은 윤 부총리 퇴진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시도교육감들도 교육부의 CS복귀를 거부한 상태다. 여기에 교육부 공무원직장협의회도 합의 과정에 문제를 삼고 나서 윤 부총리는 모든 교육계로부터 배척을 받는 외로운 처지가 됐다.

교육부 직원들은 윤 부총리가 냉철한 판단을 내리지 못해 결과적으로 교육계만 발칵 뒤집어 놨다 며 이런 상황에서 부총리직 수행이 가능하겠느냐 고 안타까워했다.

이인철기자 inchul@donga.com

NEIS 관련 발언록
발언자 내용
윤덕홍 부총리(5월29일 국회 교육위) “6개월간 논의하면 우수성 입증될 것이고 전교조가 반대해도 NEIS로 간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5월26일 성명)“허탈하고 참담한 심정이다. 교육부 발표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한국국공사립 초중고교장회장협의회(5월29일 성명)“전교조에 굴복한 부도덕한 장관 사퇴하라.”
교육부 공무원직장협의회(5월27일 성명)“전교조 눈치보기식 결정 인정할 수 없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5월27일 성명)“밀실 야합의 정치논리에 의한 결정 책임지고 사퇴하라.”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모임(5월27일 성명)“무책임한 발언으로 학교 혼란 초래한 부총리 퇴진하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5월29일 성명)“합의 내용 파기할 경우 묵과하지 않겠다.”
민주당 이미경의원(5월29일 국회 교육위)“NEIS로 간다고 예단하는 것 자체가 문제 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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