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칼럼]조미영/당신 옆의 아이, 행복합니까

  • 입력 2003년 6월 5일 18시 22분


조미영
유치원에 다니는 필자의 일곱살짜리 딸아이는 똑똑하지만 이만저만한 말썽꾸러기가 아니다. 가끔 나도 모르게 회초리를 들 때가 있는데, 의기소침해서 잠든 아이를 보면 미안한 마음이 들어 다시는 그러지 말아야지 다짐하곤 한다.

그런 날이면 7년 전 모 여대병원의 수술실에 근무하면서 겪은 일이 생각난다. 필자는 그때 심장수술팀의 간호사팀장이었는데, 어느 날 3kg도 안 되는 아기가 심방중격결손과 심실기형을 동반한 질환으로 수술을 받으러 왔다. 매우 어렵고 긴 수술이 예상되었고 결과도 그리 낙관적이지 못한 상황이었다. 나는 수술 전 아이들을 안아주거나 꼭 눈을 마주치는 습관이 있었는데 그날은 웬일인지 안아주지도 못하고 잠깐 눈만 마주쳤던 것 같다. 수술시간이 11시간이나 흘렀지만 안타깝게도 아이는 하늘나라로 가고 말았다.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고, 필자 역시 처음 경험하는 일이라 당혹스러웠다. 하지만 아이의 시신을 처리하는 일을 팀장인 내가 해야만 했다. 우연히도 딸아이를 임신한 지 8개월째 되던 때였다.

내 뱃속에 새로운 생명을 품고 있으면서 죽은 아이를 내 손으로 거두는 현실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정말 그 10여분 동안은 삶과 죽음을 동시에 경험하는 묘한 순간이었다. 그때 나는 그 아이가 이 세상에서 받지 못한 사랑을 내 아이와 주변 아이들에게 베풀면서 살기로 결심했다.

이처럼 한 아이가 세상에 태어나 건강하게 사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현재 우리 사회의 아이들은 얼마나 행복하고 건강하게 살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일찍이 소파 방정환 선생은 “어린이의 자는 얼굴은 하느님에게 견줄 수 있다. 그 얼굴에는 더할 수 없는 참됨과 착함과 아름다움, 위대한 창조의 힘이 있다”고 역설했다. 어린이는 옆에서 보는 사람의 마음까지 고결하게 순화시켜 주는 부드러운 위엄을 가졌다는 것이다.

아이들이야말로 진정 우리 사회의 희망이고 발전의 원동력이다. 요즘처럼 사회가 힘든 때야말로 잠시 눈을 돌려 내 아이, 내 주변의 아이들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나누어 줄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

조미영 대한간호협회 간호교육평가원 교육평가부장·서울 강북구 수유5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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