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대문경찰서는 9일 고급 의류를 상습적으로 훔친 혐의(특수절도)로 송모씨(57)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범행에 가담한 딸 유모씨(24)를 불구속입건했다.
평범한 모녀지간이었던 이들이 범행에 나서게 된 것은 지난해 7월. 대학을 졸업하고도 취업하지 못한 유씨가 입사 면접 때 입을 정장이 필요하다며 옷을 사달라고 조른 게 발단이었다.
10여년 전 이혼한 뒤 특별한 직업 없이 생계를 이어오던 송씨는 옷값이 생각보다 너무 비싸 구입할 여력이 없자 계산하지 않고 옷을 들고 나왔다.
돈 내지 않고 옷을 들고 나오는데 성공한 모녀는 이후 본격적으로 범죄에 나섰다. 서울 영등포와 명동 일대 옷가게와 백화점을 돌며 유씨가 옷을 사는 척 하며 점원의 주의를 끄는 사이 어머니 송씨가 옷을 재빨리 쇼핑백에 넣는 수법으로 35차례에 걸쳐 700여만원어치를 훔쳤다.
이들은 8일 승용차를 이용해 백화점과 옷가게 등 16군데를 돌며 250여만원 상당의 고급의류를 슬쩍 들고 나오다 날치기 사범 단속을 위해 현장에 있던 경찰에 붙잡혔다.
송씨는 경찰에서 “외동딸에게 예쁜 옷을 입히기 위해 옷을 훔치기 시작했는데 별 어려움 없이 성공을 하면서 재미를 붙인 것 같다”며 뒤늦게 후회했다.
황진영기자 bud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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