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해돋이 명소 가운데 하나인 제주 남제주군 성산읍 성산일출봉을 30여 년 동안 거의 매일 오른 정금순(鄭今順·71·여)씨.
정씨는 성산일출봉이 관광지로 지정되기 이전인 1970년부터 정상에 올라 새벽 등산객을 상대로 음료수를 팔고 있다.
이제는 음료수 판매보다는 성산일출봉에서 쓰레기를 줍는 일이 본업이 될 만큼 정씨는 ‘성산일출봉 지킴이’로 소문났다.
정씨는 매일 오전 4시면 어김없이 집을 나서 성산일출봉의 가파른 절벽을 오르며 젊은이 못지않은 노익장을 과시한다. 등짐에는 새벽 관광객의 목을 축여줄 물과 음료수가 꾸려져 있다.
성산일출봉 정상에 오르면 전날 관광객이 버리고 간 캔, 비닐봉지, 담배꽁초 등 쓰레기를 모으며 주위를 정리한다.
오전 9시에는 어김없이 산을 내려온다. 마을에서 운영하는 음료수 판매점에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서다.
정씨는 “일출봉에 가지 못하면 좀이 쑤신다”며“관광객이 늘면서 정상이 많이 무너져 안타깝다”고 말했다.
딸이 교통사고로 숨진 피맺힌 사연과 가세가 기운 어두운 과거를 성산일출봉에 묻었다는 정씨는 “살아있는 동안 성산일출봉을 고이 지키는 일에 마음을 쓰고 싶다”고 말했다.
제주=임재영기자 jy78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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