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30일 부산교도소에서 출소한 칠성파 두목 이모씨(60)는 1988년 일본으로 건너가 야쿠자 조직과 의형제 결연식을 맺는 장면이 비디오로 공개되면서 일약 유명인이 된 인물. 영화 친구에서는 ‘준석’(유오성 분)의 아버지로부터 칠성파를 빼앗는 비정한 사나이로 묘사된다. 이씨는 호텔 오락실 이권에 개입하고 나이트, 유흥주점 소유권을 갈취하는 등 교도소에서 나오기 무섭게 조직 재건을 위한 작업에 들어갔다 검·경에 의해 붙잡히는 바람에 90년대 이후에는 교도소에 있는 기간이 교도소 바깥에 있는 기간보다 더 길었다. 그는 칠성파 두목답게 밀려 있던 벌금 1억7000여만원을 단번에 납부하고 유유히 교도소를 나왔다.
이보다 앞서 5월12일에는 이씨가 교도소에 있는 동안 칠성파를 실질적으로 운영해오던 부두목 권모씨(43)가 보석으로 풀려났다. 권씨는 지난해 11월27일 칠성파의 이야기를 영화화한 데 대한 대가를 요구하며 영화 ‘친구’의 곽경택 감독을 협박해 3억원을 갈취한 혐의로 구속됐던 인물. 당시 검찰은 이 비용을 권씨가 칠성파 재건을 위해서 사용한 것으로 추정했다.
칠성파는 2001년 검찰의 대대적 폭력배 검거 작업과 두목 이씨의 구속으로 조직 자체가 붕괴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칠성파를 추종하는 신흥 폭력배들을 대거 영입해 재건을 준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칠성파의 핵심인물인 두목 이씨와 권씨가 출소한 뒤 부산 검·경은 건강검진과 수술을 위해 입원한 이씨의 일거수일투족을 시간별로 체크하는 것은 물론 구 칠성파 멤버와 관리 대상 폭력배의 일일 동향 분석에 들어갔다.
부산지방경찰청의 한 관계자는 “현재 이씨가 추간판 탈출증(허리 디스크) 등으로 수술한 것은 사실이지만 심근경색, 당뇨 증세 등에 대해서는 확인해봐야 한다”며 “국내 조직폭력배계에서 유일한 부산 출신 전국구이고 러시아 마피아나 일본 야쿠자와의 연계도 의심되는 상황에서 이씨의 출소는 우려되는 일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부산 경찰이 그의 당뇨 수치와 수술 후 경과까지 감시할 정도로 긴장하고 있다는 것. 영화 ‘친구’에서 극중 준석의 실제인물인 칠성파 행동대장 정모씨를 살인교사 혐의로 구속했던 부산지방경찰청 서모 형사는 “영화 때문에 칠성파에 대한 국민의 이목이 집중된 상황이라 더욱 부담스럽다”고 잘라 말했다.
과연 영화에까지 등장한 조직폭력배들의 말로는 어떻게 될까. 영화 ‘친구’ 때문에 부산 경찰은 이래저래 피곤하다.
최영철 주간동아 기자 ftdo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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