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치료비도 바겐세일 시대…개인병원 불황탈출 전략

  • 입력 2003년 6월 13일 18시 56분


피부과 성형외과 치과 안과 등 고가의 비보험 진료를 주로 하며 잘 나가던 개인병원들이 최근 경기침체로 손님이 크게 줄면서 치열한 ‘환자 모시기’ 경쟁을 벌이고 있다.

개원가에 따르면 최근 개인병원 대부분의 경우 환자가 종전보다 20∼30% 줄었다. 특히 거액을 들여 고가의 의료기기를 구입했지만 환자 급감으로 ‘본전’도 못 건지고 심각한 경영난에 허덕이는 곳도 적지 않다.

이에 따라 많은 병원이 퇴근한 직장인을 잡기 위해 야간진료를 확대하는가 하면 휴일진료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연중무휴 진료’를 표방하는 병원도 생겼다. 라식, 보톡스 등 고가의 수술을 할인해 주는 병원도 늘고 있는 실정이다.

▽야간 진료는 기본=11일 오후 8시경 서울 강남의 T피부과. 대기실에 직장인 몇 명이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 병원은 환자들의 반응이 좋아 최근 진료시간을 오후 8시 마감에서 9시로 한 시간 연장했다.

강남의 D성형외과도 최근 주변 학원 이용자를 겨냥해 야간 진료를 시작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야간 진료가 흔한 풍경은 아니었다. 대부분 오후 6시면 진료를 마쳤다. 그러나 이런 관행이 바뀌고 있다.

강남의 N안과는 매주 금요일, N성형외과는 수요일에 각각 오후 9시까지 야간 진료를 한다. G피부과는 T피부과처럼 매일 오후 9시까지 야간 진료를 한다.

▽휴일 진료 확산=서울 양천구 목동의 E치과는 365일 하루도 쉬지 않고 병원 문을 연다. 이른바 ‘연중무휴 진료’다. 주변에 아파트 단지가 많아 아파트 거주민을 고객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전략이다.

E치과 정도는 아니지만 휴일 진료를 도입한 병원이 적지 않다. 강남의 J한의원도 광복절과 개천절, 성탄절만 빼고 휴일에 오후 3시까지 진료를 한다. C산부인과도 휴일 오후 1시까지 진료를 한다. 서울 강서지역에 있는 H성형외과도 최근 휴일 진료를 도입했다.

▽치료비도 바겐세일=직장인 이모씨(34·여·서울 마포구 도화동)는 얼마 전 강남 지역에 있는 한 안과에서 160만원을 주고 라식수술을 받았다. 처음 병원을 찾았을 때 의사가 제시한 가격은 200만원이 넘었다. 이씨는 “거절하고 귀가했으나 병원에서 전화를 걸어 와 가격 흥정을 했다”고 말했다.

작년만 해도 라식수술 가격은 300만∼400만원이 보통이었다. 경기 수원시에 있는 또 다른 안과에서는 라식과 쌍꺼풀 수술을 패키지로 묶어 250만원에 해주고 있다.

강남의 성형외과 한 곳에서는 최근 홈페이지를 통해 주름제거 수술인 보톡스 수술을 80만원에서 50만원으로 인하했다는 광고를 냈다. 성형외과 주변에는 “요즘 제값 주고 유방확대 수술을 하면 바보”라는 우스갯소리도 나돈다.

N성형외과의 김모 원장은 “의료행위를 할인하는 것은 의료법 위반이 될 수 있지만 최근 경기 불황이 심한 데다 병원도 수익을 생각해야 하기 때문에 은밀하게 할인해 주는 곳이 많다”고 말했다.

E치과의 최모 원장도 “보험 진료가 대부분인 내과 소아과 등은 경기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 반면 비보험 분야는 큰 타격을 입고 있다”며 병원들의 가격 및 서비스 경쟁은 앞으로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상훈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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