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 경찰 풀어주고 서장 문책…경찰청 ‘비리경관’ 비호의혹

  • 입력 2003년 6월 19일 18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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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의 과도한 ‘상납 요구’를 견디다 못한 윤락가 포주들이 경찰청에 진정서를 제출했으나 경찰 자체 감찰 과정에서 비리 경찰관들은 무혐의 처분한 반면 소속 경찰서장에게 책임을 떠넘긴 사실이 드러나 검찰이 수사에 나섰다.

검찰은 비리 경찰관들을 조직적으로 비호해 사건을 은폐하려 한 세력이 경찰 내부에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윤락가 뇌물 커넥션=서울지검 동부지청 형사6부는 19일 서울 강동경찰서 교통과 시설반 김모 경위(43·여)와 경비과 김모 경사(40)를 긴급체포한 뒤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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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2001년 1월부터 2002년 2월까지 이 경찰서 여성청소년계에 근무할 당시 강동구 천호동 윤락가의 포주 임모씨(57)로부터 각각 1300만원과 280만원을 상납받은 혐의(뇌물 수수 등)를 받고 있다. 여성청소년계 계장이었던 김 경위는 포주 임씨로부터 1년여 동안 매달 100여만원을 받아온 것으로 드러났다.

임씨는 이들 경찰관이 인사발령이 나 다른 부서로 옮긴 이후에도 계속 상납을 요구해오자 올해 4월 16일 국무총리실과 대검찰청, 강동경찰서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조직적 비호 의혹=강동경찰서는 진정서가 접수되자 서울경찰청에 조사를 의뢰했다. 그러나 내사를 맡은 서울청 수사2계는 김 경위가 포주들을 만나 돈을 요구한 정황 증거가 담긴 녹취록을 입수하고도 5월 6일 무혐의 결론을 내려 내사를 종결했다.

대신 경찰청은 강동경찰서 김형중(金炯中) 서장을 ‘포주에게 200만원의 뇌물을 받았다는 의혹이 있다’는 이유로 보직해임하고 경찰대 치안연구소로 발령을 냈다. 김 전 서장은 이후 한 달여간 조사를 받다가 사표를 제출했으며 곧바로 수리됐다.

그러나 검찰이 이 사건에 대해 재수사를 한 결과, 임씨가 제출한 녹취록에는 임씨가 김 경위에게 돈을 준 것과 김 경위가 다른 포주들을 설득해 임씨가 낸 진정을 취하하도록 한 정황 증거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검찰은 서울청이 서둘러 내사를 종결한 이유와 사건과 직접 관련이 없는 김 서장이 보직해임된 이유, 김 경위의 경찰내부 비호 세력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김 전 서장은 “김 경위가 자신을 보호해 주지 않고 내사를 의뢰했다는 이유로 서장실로 찾아와 ‘(경찰 내의 인맥을 동원해) 당신을 집어넣겠다’고 폭언을 했으며, 그 다음날부터 나에 대한 ‘털어 먼지 내기식’ 조사가 진행됐다”고 주장했다.

▽경찰 해명=김영기(金英基) 서울청 수사2계장은 “김 경위의 경우 포주 임씨와 주변인들의 증언을 토대로 별다른 혐의점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내사를 종결했다”고 주장했다.

또 김병철(金炳澈) 경찰청 감찰과장은 “김 전 서장이 포주로부터 뇌물 200만원을 받았다는 혐의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다른 혐의가 있어 조사했으며, 그가 사표를 제출해 조사를 끝냈다”고 해명했다.

한편 검찰 관계자는 “정황 증거 등으로 돈을 준 사람과 받은 사람이 명백히 존재하는데 내사를 갑자기 중단하고 오히려 상사를 희생양으로 삼은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조직적인 비호 의혹 등에 대해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인직기자 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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