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달구벌 산책/디자이너가 되는 길

  • 입력 2003년 6월 20일 20시 46분


디자이너가 되고 싶어 하는 학생들이 던지는 질문은 한결같다. ‘디자이너가 되려면 어떤 공부를 해야 합니까.’

나의 대답은 언제나 똑 같다.

"학생은 이미 (자신도 모르게) 많은 공부를 해왔답니다."

장래 디자이너를 꿈꾸는 학생들과 대화를 해보면, 이들이 알고 있는 패션디자이너에 대한 편향된 지식에 놀라게 된다.

심지어 디자이너를 단순히 천과 가위를 이용해 옷을 만드는 기능인으로만 알고 있는 이들을 만날 때도 적지 않다. 무엇을 위해 옷을 디자인하며, 어디에서 아이디어와 영감을 얻을 수 있는 지 등에 대해 무관심한 이들도 많다.

옷은 ‘누군가가 입기만 하면 되는 게 아니냐’는 기능적인 사고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디자이너 지망자들도 자주 보게 된다.

요즘 패션을 전공한 젊은 대학생들이 가끔 기발한 아이디어로 기성 디자이너들을 놀라게 하거나 자극을 주기도 하지만, 이들이 시도하는 패션 작품은 기성 디자이너들의 모방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패션이 과학과 기술, 예술, 경제에 밀접한 종합 예술임에도, 적지 않은 디자이너 지망도들이 일차원적인 사고와 지식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패션에는 과학성과 기술성, 미학적인 감각, 독창성은 물론 디자이너의 품격까지 깃들어 있어야 한다. 음악 미술 무용 연극 등 예술의 모든 분야가 무한한 상상력과 내면적인 정신세계를 드러내 우리에게 감동을 선사한다. 패션도 예외가 아니다.

패션디자이너도 끊임없는 자기계발과 훈련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해서 어디에서, 무슨 공부를 해야 하는가 라는 고민에 사로잡힐 필요가 없다.

우리 주변에 수 없이 펼쳐져 있는 음악, 미술, 공연, 영화 등 예술의 세계에 뛰어들면 그 안에서 모든 것을 배울 수 있고 무한한 상상력과 창의성까지 얻을 수 있다.

디자이너를 지망하는 이들에게 자기의 내면세계를 먼저 디자인하는 태도가 필요하다는 얘기를 꼭 해주고 싶다.

박동준 패션디자이너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