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이익치씨 ‘150억 엇갈린 주장’

  • 입력 2003년 6월 21일 05시 34분


"전 분명히 박 장관께 전달했습니다"

"정 회장의 지시대로 서울 시내 P호텔 22층 바에서 박 전 장관을 만났고 박 장관이 (돈을) 왼손으로 받은 것까지 기억합니다"

20일 오전 특검에 다시 소환된 이익치(李益治) 전 현대증권 회장은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17일 대질조사에 이어 20일 두 번째 조사에서도 두 사람의 진술은 서로 평행선을 달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회장이 거짓말을 하고 있습니다. 저는 부하직원에게 서류를 받을 때에도 한 손으로 받지 않습니다"

박지원(朴智元·구속) 전 문화관광부 장관 역시 변함이 없었다. 박 전 장관은 19일 이 전 회장을 명예훼손, 공무집행방해, 횡령 등의 혐의로 고소·고발까지 했다.

박 전 장관은 150억원 돈세탁을 주도한 김영완씨(50·미국 체류)가 자신의 자금 관리인이라는 의혹에 대해서도 "단순한 친분관계로 김씨의 자금세탁 사실에 나를 끼워 넣으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그는 오히려 "김씨는 오히려 이익치씨와 더 절친한 사이"라며 배후 인물로 이씨를 지목하며 '배달사고' 가능성을 주장했다. 이러한 박씨의 주장에 대해 이씨는 "내가 CD를 전달한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고 돈세탁에는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고 맞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해서도 "이 회장은 크레디트(신뢰성)가 떨어지는 사람"이라고 했고 "박 전 장관은 지저분한 사람"이라고 말할 정도로 서로에 대해 극도의 불신감을 표시했다고 특검팀 관계자는 전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누군가 한명은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누가 양심불량인지는 계좌추적이 끝나면 드러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길진균기자 leon@donga.com

장강명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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