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지하철이 멈춰 선 것은 아니지만 시민들은 해마다 되풀이 되는 파업을 둘러싼 노조와 부산교통공단 부산시의 태도를 보면 씁쓸함을 넘어 억울한 심정까지 든다고 말한다.
94, 98년에 이어 세 번째 파업에 돌입한 부산지하철 노조는 부산시민들의 가슴에 ‘성숙하지 못한 노조’로 각인돼 있다.
하루 80만명, 13.4%의 수송 분담률을 차지하고 있는 지하철 노조의 책무가 막중함에도 이번에도 성숙함은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23일 오후 4시 40분 금정구 노포동 차량기지창에서 11차 협상에 돌입한 지하철 노사는 서로의 입장차만 확인한 채 10분 만에 정회했다. 이후 5차례 협상을 벌였지만 길어야 30분 짧게는 5분 만에 정회하는 무성의함으로 일관했다. 예년과 마찬가지로 노조의 압박작전과 사측의 힘빼기 작전이 거듭됐다.
한 때 노조의 요구사항인 총액기준 9.1% 임금인상안과 안전위원회 설치 등에 어느정도 의견접근이 돼 극적 타결 가능성을 내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노조는 “시민들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요구사항을 정부와 공단 측이 외면해 파업에 들어갈 수 밖에 없다”며 책임을 떠 넘겼다.
시민안전이 걱정된다면 시민생활의 불편도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을 간과한 채 말이다.
노조의 이번 파업이 ‘보이지 않는 끈’에 의해 인천, 대구 등의 지하철 파업투쟁과 보조를 맞추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지만 공단 측도 적극적인 해결자세 보다는 정부에 의지하는 눈치가 역력했다.
건설교통부 산하이지만 현재 2조6700억원에 이르는 부채를 안고 2007년 6월 부산시로 이관되는 부산교통공단에 대한 부산시의 대응도 문제다.
노사가 밀고 당기는 시간, 부산시 간부들은 한심한 태도를 보였다. 노조 파업전야제 및 노사 협상장인 노포동 기지창에는 부산시청의 직원은 한사람도 없었다. 주무부서 간부와 직원만 사무실에 앉아 전화로 상황을 체크한 것이 전부였다.
이 시간 경실련 이종석 고문을 비롯한 시민중재단 6명은 23일 오후 8시부터 24일 오전 2시까지 노조집행부와 공단관계자를 찾아 “파업만은 자제해 달라. 성실히 교섭에 임해달라”며 간절히 호소했다.
성숙된 노사문화는 노조에게만 기대를 해서도 안된다. 노사가 모두 변해야 한다. 노사를 모두 아우를 수 있는 위치에 있는 기관과 핵심인사들이 함께 문제해결에 나설 때 시민들은 안전하고 편안한 지하철을 믿고 이용할 것이다.
부산=조용휘기자 sile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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