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평민당 소속 국방위원이었던 권 전 고문은 87년부터 89년까지 3차례에 걸쳐 미국 보잉사로부터 도입한 CH47D헬기 24대의 구매 문제와 관련해, “국방부가 직거래를 하지 않고 무역대리상을 통해 헬기를 구입함으로써 약 50억원의 국고 손실을 초래했다”고 주장하면서 당시 보잉사의 무역대리인이었던 삼진통상대표 김씨를 증인으로 채택하라고 요구했다.
출발은 이처럼 악연이었지만 두 사람은 오히려 이를 계기로 친해졌다. 김씨가 “나도 억울한 피해자”라며 권 전 고문의 서울 종로구 평창동 자택까지 찾아가는 사이로 발전한 것.
당시 권 전 고문의 보좌진으로 일했던 양기문씨는 “국정감사에서 관련 질의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김씨가 국방부 관계자를 앞세워 몇 차례 만나자고 했으나 거부했다. 그런데 국감이 끝난 뒤 김씨가 재차 ‘이미 폭로했으니 못 만날 이유가 없는 것 아니냐’고 해 몇 차례 만났고, 권 전 고문의 집에도 왔던 것이 사실이다”고 말했다.
양씨는 “그때 김씨는 권 전 고문의 폭로로 국방부의 배척을 받아 무기거래를 못하게 되는 등 사실 억울한 점도 없지 않았다”며 “김씨는 이후 어쩌다 한번씩 권 전 고문을 찾아왔으며, DJ정부 들어서도 한두 번 왔었다”고 말했다.
권 전 고문은 93년 7월 국회국방위의 ‘12·12 군사쿠데타적 사건 및 율곡사업 국정조사’ 청문회 때 김씨가 증인으로 채택되자 당시 민주당 소속 국방위원들에게 선처를 부탁하기도 했다. 양씨는 “과거 문제됐던 헬기사업 건으로 증인으로 채택되자 김씨는 ‘90년 권 전 고문의 폭로 때문에 내가 또 당하게 됐다’며 구명을 호소했다. 그래서 권 전 고문이 민주당 소속 국방위원에게 ‘들어보니까 김씨도 억울한 점이 있더라. 질의를 하더라도 인격적인 부분은 자제해 달라’고 전화를 건 것은 사실이다”고 말했다.
DJ정부 들어 권 전 고문과 김씨의 친분은 군수조달 관계를 잘 아는 인사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기도 했다. 2000년 총선 이후 일부 인사들이 여권 요로에 “권 전 고문과 김씨간에 모종의 흑막이 있다”고 문제를 제기하고 다닌 일도 있다.
이와 관련 14, 15대 국회에서 국방위원을 지낸 임복진(林福鎭) 전 의원은 “내가 알기로는 김씨는 권 전 고문 외에 박지원(朴智元) 전 대통령비서실장, 천용택(千容宅) 전 국방장관 등과도 친분이 있다”고 말했다.
윤승모기자 ysmo@donga.com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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