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의 회사원 김 모씨(40)는 최근 고향 여수를 찾았다가 팔순 노모와 가벼운 언쟁을 벌였다.
최근 수년간 노모가 동네어귀 임시가설매장(일명 ‘나이롱 극장’)에서 공짜로 받아 온 화장지며 설탕 식용유가 다락방을 꽉 채울 정도.
그런데도 김씨의 노모는 100만원대 옥매트, 수십만원대 식기류, 고가의 건강보조식품 등을 사놓았다가 자식들에게 나눠주곤 한다는 것.
김씨는 노모가 나눠주는 물건을 뿌리칠 수도 없고 결국 이 상품 값을 치르기 위해 돌아오는 ‘용돈 부담’도 만만찮다고 털어 놓았다.
“나이롱 극장에 가야만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는데다 어깨를 주물러주고 노래도 불러주는 판매원들의 애교를 뿌리치기도 어렵다”는 것이 노모의 항변.
이 같이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일종의 ‘기만상술’은 이미 도시와 농촌을 가리지 않고 전국 어디서나 찾아 볼 수 있을 만큼 뿌리를 깊게 내린 상태.
광주시소비자생활센터가 지난달 지역내 60세 이상 고령 소비자 3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98명(32.7%)이 최근 일년간 ‘기만상술에 넘어가 상품을 구입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노인들에게 파는 상품은 가시오가피 다시마농축액 등의 건강식품이 52.0%로 가장 많았고 건강침구(28.6%), 전자제품(18.4%), 생활용품(15.3%) 등이 주류를 이뤘다.
노인들을 현혹하는 기법은 ‘경로잔치’ 등 간판을 건 무료공연과 무료관광 사은품추첨 끼워팔기 등. 이에 따른 불만은 △상품의 효능 효과의 과장 △가격 대비 품질불량 △‘공짜’라고 선전한 뒤 나중에 대금요구 등이 대부분이었다.
구입 이유로는 ‘질병치료 및 건강에 좋다고 해서’가 57.1%로 가장 많았으며 다음으로 ‘판매원의 강요’와 ‘사용효과가 없으면 돈을 받지 않겠다고 해서’가 각각 13.3%와 12.2%로 나타났다.
응답자들의 평균 한달 용돈은 24만9130원인데 비해 이 같은 기만상술에 의한 평균구매액은 42만3660원으로 소비능력의 한계를 넘어 자식들과 불화를 경험한 비율이 53.1%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소비자생활센터 측은 “할부거래 및 통신판매 등은 1주일 이내, 방문 및 전화권유판매 등은2주일 이내에 반품 또는 청약철회가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노인소비자들이 이 같은 사정에 어두워 피해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화백에 삽화부탁 합니다=
광주=김 권기자 goqu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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