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년 8월 이전 포항에서 울릉도에 가려면 여객선으로 평균 9시간 가량 걸렸다. 여객선이 작아 긴 시간을 멀미를 하며 지루하게 보내기 일쑤였다.
새로 취항한 여객선 썬플라워는 42노트(시속 76km)로 3시간이면 울릉에 닿는다.
관광객들은 망망대해를 바라보며 스트레스를 날리지만 여객선 3층 ‘통제구역’ 안 항해사들은 긴장의 연속이다. 맑은 날씨도 언제 험악해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썬플라워(2400t, 길이 75m, 폭 19m, 3만 마력, 정원 815명)의 1등 항해사 심홍섭(沈弘燮·58·포항시 북구 흥해읍)씨. 포항∼울릉 노선을 17년째 사고 없이 항해하고 있는 베테랑이다. 1년 600회 정도로 계산하면 그동안 1만번 가량 승객을 싣고 포항과 울릉도를 왕복한 셈이다.
“승객들은 지루하게 생각하겠지만 조종실에 있으면 잠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어요. 조금이라도 파도가 높아지면 승객들이 멀미하지 않을까 화물 피해는 없을까 별의별 걱정이 다 듭니다. 그래도 그동안 한번도 인명사고가 나지 않아 무척 기쁘고요.”
관광객이나 주민들의 눈에는 사방이 망망대해지만 심씨는 계기판을 보지 않아도 어디쯤인지 ‘감’을 잡는다. 포항 호미곶과 울릉 도동에 대한 느낌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
“바다 한가운데 불쑥 솟아 있는 울릉도가 눈에 들어오면 얼마나 반가운지 모릅니다. 거의 날마다 울릉도에 가지만 늘 새로운 느낌이 드는 것은 묵묵히 자리를 지키는 바다와 섬 때문이겠지요. 울릉도가 한국에서 가장 잘사는 땅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포항=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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