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의원처럼 잘된 사람에겐 필요 없겠지만, 아무것도 없는 사람에겐 보상금이 필요하다.”(민주당 전갑길·全甲吉 의원)
지난달 30일 밤늦게까지 계속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과 보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둘러싸고 재야 운동권 출신인 두 의원이 설전을 벌였다. 원 의원은 서울대 재학시절인 83년 학생 시위에 참여했다가 정학을 당한 뒤 한때 노동운동에 투신했고, 전 의원은 80년대 중반 민주화추진협의회에 참여했다.
이 개정안은 유죄판결, 해직, 학사징계를 받은 사람까지만 보상하고 있는 대상을 ‘민주화운동을 이유로 30일 이상 구금됐던 사람’으로 확대해서 이들에게 최고 7000만원까지 보상토록 하는 것이 골자.
개정안을 주도해온 전 의원은 “구금자까지 보상하려면 약 1200억원의 추가 예산이 필요하지만 잘못된 과거를 청산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원 의원은 “탄압했던 사람의 재산으로 보상을 해준다면 무한대의 책임을 끌어내겠지만, 지금 재원은 국민의 세금 아니냐”며 전 의원의 주장을 반박했다.
이에 민주당 천정배(千正培) 의원은 “민주화운동은 저항권적 의미가 있는 만큼 예산 타령만 할 일이 아니다”며 전 의원을 거들었고, 한나라당 심규철(沈揆喆) 의원은 “보상에만 집착하면 민주화운동의 의미가 오히려 퇴색된다”며 원 의원을 지원했다. 결국 회의에서는 결론을 내지 못하고 개정안은 법안심사소위원회로 넘겨졌다.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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