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제주농업기반공사 철새도래지 개인매각 논란

  • 입력 2003년 7월 2일 23시 14분


농업기반공사가 제주 북제주군 구좌읍 하도리 철새도래지 지역 토지와 수로(水路) 등을 개인에게 매각한 사실이 알려져 지역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농업기반공사는 일간지에 매각공고를 낸 뒤 지난 5월 일반 경쟁입찰을 거쳐 11필지 8163평을 1억8500만원에 매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하도리 지역 주민들은 세계적인 희귀새인 저어새를 비롯해 백로와 황새 등 철새들의 보금자리 일부를 개인에게 매각해 철새도래지 생태계 보전에 악영향을 미치게 됐다며 반발하고 있다.

주민들에 따르면 이번에 매각된 지역은 과거 제방을 쌓아 농경지로 쓰려다 바닷물이 올라와 늪지 형태로 돼 있다.

특히 이 지역에서는 지하에서 물이 솟아나는 용천수가 위치해 철새도래지에 맑은 물을 공급해주기도 한다.

지역주민들은 매입자가 용천수를 다른 용도로 사용하거나 물길을 바꿀 경우 철새도래지의 생태계에 심각한 변화를 준다고 주장했다.

하도리 고성종(高成淙·45)이장은 “매각할 경우 지역 대표자에게 알려주겠다고 구두 약속했으나 지키지 않았다”며“철새도래지로 유명한 지역을 개인에게 매각한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농업기반공사 제주지사 관계자는 “매각이 이뤄진 지역은 개발이 제한돼 철새도래지에 전혀 피해가 없다”며“매각이전 지역주민과 사전 협의를 거쳤고 적법한 절차를 거쳐 매각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한편 제주도의 철새모니터링 결과 지난 2월 한달 동안 29종 2200여마리의 철새가 하도리 철새도래지를 찾은 것으로 조사됐다.

제주=임재영기자 jy78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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