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칼럼]서지문/전교조 '참용기'를 기대한다

  • 입력 2003년 7월 3일 18시 33분


코멘트
지난주 미국과 일본의 초중고교에서 역사를 가르치는 일본인 교사들을 만났는데, 그들은 학생들에게 ‘난징(南京)대학살’이나 ‘위안부 징발’ 같은 사실을 가르치기가 몹시 힘들다고 말했다. “우리 할아버지도 태평양전쟁에 참전했는데 할아버지같이 인자한 분이 그런 짓을 했단 말이에요?”하면서 학생들이 믿으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부정적 국가관 교육 옳지 않아 ▼

자기 나라와 동족에 대해 혐오를 유발할 수밖에 없는 역사와 극악무도한 어른들의 범죄를 어린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것이 어찌 힘들지 않겠는가? 자칫하면 학생들은 교사를 흉악한 이야기를 지어내는 이상한 사람으로 생각할 것이다. 학부모들 역시 자녀들이 수치스럽고 야만적인 모국의 역사를 배우는 것을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내 짐작에는 많은 교사들이 일본의 전쟁 범죄와 국제적 죄악을 축소하려고 노력할 것 같다. 그래서 진실을 가르치려는 양심적인 교사들의 노력이 더욱 돋보인다.

반면 우리나라 교사들 중에는 우리 역사의 부정적인 면만 과장하고 강조해서 어린 학생들에게 부당하게 조국에 대한 혐오와 수치를 심어주는 사람도 있는 것 같다. 광복 이후는 온통 부정과 부패와 억압의 역사였고, 근세의 위인들은 거의 전부 친일파였고, 경제성장은 외세와 결탁한 매판자본의 노동착취로 이루어졌고, 나라의 번영은 더욱 큰 노동착취와 사회불평등을 초래하고, 기득권층은 불평등구조와 부조리에 편승해서 이기적인 안락을 누리고 있으며, 우리나라는 미국의 경제적 식민지라고 가르치는 교사들이 있다는 말이 들린다.

역사 속의 어떤 사건이나 상황을 그 배경에서 분리시켜 과장하고 왜곡하면서 어린 마음에 자기 나라와 부모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배양하는 것은 정당한 교육이 아니다. 이것은 교사들이 자신을 정의의 사도로 보이게 하기 위해서 학생들의 어린 마음을 병들게 하는 죄악이고 민족과 국가에 적대감을 지닌 시민을 양산하는 파괴행위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소속 교사들이 모두 이런 교육을 한다는 말은 아니지만 많은 학부모들은 이렇게 의심하면서 불안해하고 있다.

전교조 소속 교사들의 감시와 고발로 교육현장에서 많은 비리가 사라졌고 그들의 투쟁으로 여러 가지 개혁이 이루어진 것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전교조의 투쟁방법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시각이 대부분이다. 전교조의 투쟁목표는 우려를 넘어서 공포감까지 일으키고 있다. 특히 그들이 학생들을 볼모로 삼는 데 대한 반감이 크다.

6월 14일에 창립된 ‘교육공동체 시민연합’은 전교조와 투쟁하는 것을 주 목표로 하는 단체가 아니라 우리 사회를 분열시키는 교육을 막고 교육을 통한 사회적 화합을 이룩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단체다. 그런데 그 출범식에서는 전교조와 투쟁해 주기를 바라는 교육계 인사들과 시민들의 열화와 같은 소망이 표출되었다.

군사정권하에서 청장년기를 보낸 50대는 그 시절 투쟁하다가 박해를 받았던 전교조에 대해서 부채의식과 죄의식을 갖고 있다. 그래서 문민정부가 발족했을 때 나는 전교조를 합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적인 투쟁의 채널이 마련되면 전교조가 좀 더 합리적이고 온건해지리라 기대한 때문이었다.

▼이제 투쟁 접고 대화의 장으로 ▼

국민의 정부에 와서 전교조는 결국 합법화되었지만 그들의 투쟁은 오히려 더 격렬해지고 비이성적으로 되었다는 것이 일반시민의 생각이다. 이제는 그 자체가 맹목적인 권력집단으로 변해 교육을 파괴하고 있다는 인식이 만연해 있다. 전교조가 그렇게 계속 돌진해 나가면 국민적 재앙이 불가피하다. 이런 재앙을 막는 데 새로 창립된 교육공동체 시민연합이 선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비록 전교조에 문제가 많다 해도 그 회원들은 우리 사회가 값비싼 투자를 한 인적자원이다. 그러므로 어쩔 수 없을 때는 대결과 투쟁을 하더라도 그들을 합리성과 상식으로 복귀하도록 하는 노력을 먼저 기울여야 한다. 전교조도 이제는 극한투쟁을 자제하고 마음을 열고 대화하는 용기를 보여주어야 한다. 그렇게 해야 과거의 투쟁이 더욱 가치를 인정받고 빛을 발할 수 있다.

서지문 객원논설위원·고려대 교수 jimoon@korea.ac.kr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