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과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이 대북송금에 대해 특검에서 진술한 상반된 내용이다.
특검의 대북송금사건 수사발표 이외에 여러 가지 숨겨진 이야기가 4일 한겨레신문이 보도한 한 임동원, 이기호씨 특검 수사기록에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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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록에 따르면 이익치 당시 현대증권 회장은 특검에서 “대북송금이 워낙 중요한 기밀로 보안이 필요했기 때문에 나는 몰랐다”고 밝혔으나 정몽헌 회장은 “회담 당시 이씨가 현장에 있었고 이씨에게 박지원 장관을 통해 자금조달의 어려움을 해결하라고 지시까지 했기 때문에 몰랐다고 할 수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박상배 전 산업은행 부총재와 이근영 당시 금감위원장은 4000억원 대출문제가 특검까지 오지 않고 국정감사나 감사원 감사로 끝날 것으로 예상해 사전에 입을 맞춰 거짓 답변을 만든 것으로 밝혀졌다.
박씨는 "2002년 9월 국정감사에서 대출이 문제가 됐을때 '대우사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현대마저 유동성 위기가 닥친다면 국가경제에 막대한 타격을 입힐 수 있어 대출해줬다'고 답변하자고 이씨와 입을 맞췄다"고 진술했다.
이밖에 정몽헌 회장이 스스로 추진한 대북사업에 크게 만족해 아버지인 고 정주영 명예회장에게 자랑스럽게 보고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이익치 회장은 특검에 낸 소명자료에서 “정 회장이 그룹 대권을 승계 받은 뒤 첫 작품으로 대북사업을 추진하면서 '이번 일은 북한과 여러 차례 단독회담을 통해 100% 내 결단으로 성사된 것’이라고 자랑스러워 했으며 명예회장도 이런 아들에 대해 아주 대견스러워했다”고 밝혔다.
김충식 전 현대상선 사장은 당초 회사 자금사정을 핑계로 2억달러를 부담하는 것을 거절했으나 이익치 회장으로부터 “산은에서 달라는대로 줄 것”이라는 말을 듣고 2억달러보다 1700억원 많은 4000억원을 요구해 대출을 받았다.
김 사장은 특검에서 “이 회장으로부터 ‘청와대에서 산업은행에 조치를 취했으니 상선 명의만 빌리면 된다’는 말을 듣고 상선의 운전자금으로 쓸돈 1700억원을 보태 4000억원을 대출받았다”고 진술했다.
한편 김대중 전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 한 달 전인 2000년 5월 초순 대북 송금이 남북교류협력법 위반임을 보고받고도 이를 묵인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김 전 대통령이 위법행위에 개입했다는 정황을 파악하지 못해 조사하지 않았다”는 지난달 25일 특검의 수사결과 발표와 배치돼 주목을 끌고 있다.
특검 수사기록에 의하면 임동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박지원 전 문화관광부 장관, 이기호 전 경제수석과 함께 김 전 대통령을 만나 5억달러 대북지원을 보고하면서 실정법 위반임을 전했으나 김 전 대통령은 '실정법에 다소 어긋나더라도 현대의 사업을 장기적으로 인정해줄 수 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는 것.
조창현 동아닷컴기자 c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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