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단열재 ‘유독가스 창고’…불 붙으면 기준치의 1.5배

  • 입력 2003년 7월 7일 18시 52분


현재 운행 중인 국내 지하철 전동차 등에 사용된 내장 단열재의 상당수가 불이 붙을 경우 기준치보다 연기와 유독가스를 많이 배출시키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대전지검 특수부는 지하철 전동차 등에 쓰이는 단열재를 거의 독점 납품하는 Y화학의 시료 조작 사건을 수사하던 중 이 같은 사실이 드러났다고 7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감사원이 대구지하철 화재사고를 계기로 현재 운행 중인 지하철 전동차 등의 단열재(10세트 70개)에 대한 난연성(難燃性) 실험을 한 결과 연기 밀도는 기준치의 2.2배, 유독가스 배출량은 1.5배를 각각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 회사가 생산한 단열재 가운데 1998년 이전 제품은 대부분 이 같은 문제점을 안고 있으며 1998년 이전에 철도청이 도입한 전동차와 객차는 대부분 이 회사 단열재를 쓰고 있다고 밝혔다. 올 2월 발생한 대구지하철 화재사고의 해당 전동차도 이 회사 제품을 사용하고 있었다는 것.

철도청에 따르면 97년까지 도입된 전동차와 객차는 전체의 40%가 넘는 1370여량인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Y화학측이 이 같은 문제점이 드러날 경우 막대한 금액의 하자보수비용이 추가로 들 것을 우려해 감사원에 조사 의뢰된 내장 단열재 샘플에 난연재료를 덧칠해 조작했다고 밝혔다.

검찰 조사 결과 이 회사 박모 이사(51) 등은 4월 28일 감사원이 서울과 대구 등의 전동차에서 채취해 한국화학시험연구원에 난연성 검사를 의뢰한 이 회사의 내장 단열재를 이 연구원 김모 계장(30)을 통해 빼돌린 뒤 난연 재료를 덧칠해 다시 갖다 놓은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은 박 이사 등 Y화학 관계자 2명과 연구원 김 계장을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구속하고 이 회사 김모 전무(53) 등 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검찰은 조사 과정에서 세무공무원 20여명이 이 회사로부터 명절 떡값 명목 등으로 100만∼1000만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으나 10명에 대해서만 기관 통보했다고 밝혔다.

대전=지명훈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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