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송(宋)나라 때 한 농부가 논에 심은 모가 잘 자라지 않자 궁리한 끝에 모를 조금씩 잡아당겨 결국 말라죽게 했다는 이야기다. 일을 억지로 추진하면 오히려 망친다는 뜻이다.
다음달 13일부터 10월까지 열리는 경주세계문화엑스포의 조직위원회가 북한 공연단 초청 문제를 추진하는 과정을 보면 ‘자연스러움’ 보다는 ‘조장’ 분위기가 짙다.
경주엑스포 측은 최근 금강산에서 열린 대구하계유니버시아드 남북 실무회담에 참석해 ‘우리 행사에도’ 북한 공연팀이 오도록 해달라고 요청, 일단 참여하기로 원칙적인 합의를 했다. 경북도와 경주엑스포 측은 ‘북한 공연단, 경주세계문화엑스포에 온다’며 대대적인 홍보전을 펴고 있다.
남북관계의 특수성에 비춰보면 이는 바람직한 일이다. 북한의 대표적인 예술공연단이든 대구유니버시아드에 참가하는 응원단의 일부가 엑스포에 오든 그것은 부차적이다. 북한의 대학생 응원단이면 경주엑스포의 세계대학생 춤 페스티벌에 참가하면 된다.
그러나 경주문화엑스포 측이 북한 공연단 참가에 목을 매고 안달하는 듯한 태도를 보일 필요는 없지 않을까. 유구한 신라 전통 문화를 기반으로 개최하는 ‘문화엑스포의 정신’과 어울리지 않는다. 엑스포 측은 “북한 공연단이 오면 호기심과 관심을 끌어 구경하러 많이 오지 않겠느냐”고 한다.
엑스포가 사업 추진과정에서 가장 무게를 둬야 할 부분은 올 행사의 큰 주제인 ‘화랑영웅 기파랑전’ ‘에밀레-천년의 소리’ ‘세계 신화전’ ‘신라의 저자 거리’ 등이어야 한다.
경주문화엑스포를 시작한 배경은 ‘신라 정신문화를 출발점으로 관용을 배우고 화합과 상생을 인류문화의 지향점으로 삼고자 함’이다. 북한 공연단을 무슨 ‘동물원 원숭이’ 쯤으로 여기는 진부한 발상은 반(反) 문화적이다. 경주문화엑스포의 성공 여부는 관람객의 머릿수나 북한 공연팀의 참가에 있는 것이 아니다. 그 보다는 신라문화를 자랑스레 생각하며 계승한다는 ‘초심(初心)’이 국민의 마음에 녹아들게 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대구=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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