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의 글은 7일 ‘서해교전 전사자 추모본부’(추모본부) 홈페이지에 ‘이북의 힘없는 동포들을 무참히 살해한 해군이란 이름의 악마여’란 제목으로 게재된 직후부터 각종 인터넷 포털사이트 등에 20여개의 관련 글이 띄워져 있으며 하루 10여개의 댓글(의견글)이 달릴 정도로 논란을 증폭시키고 있다.
특히 이 글이 네티즌들에 의해 각종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소규모 토론방으로 옮겨지면서 특정 학교에 대한 비방과 독설을 담은 글까지 잇따라 게재되고 있다.
이 글은 ‘A여대 총학생회’와 유사한 ‘A여대 통일 총학생회’ 명의로 작성한 것으로 되어 있으나 A여대 총학생회측은 이 글을 올린 사실을 부인하며 추모본부측에 진상규명을 위한 수사 의뢰를 촉구했다.
이 글은 “국제법상 존재하지도 않는 북방한계선(NLL)을 주장하며 북한의 무력충돌을 유발해 힘없는 동포들을 무참히 살해하고도 그대들이 나라를 지킨 영웅 대접 받기를 원하는가”라며 “그대들은 과연 무엇인가? 멋대로 국경이라고 그어놓고 (NLL을) 넘어왔다고 무작정 총질을 해대는 악마라고밖에 생각되지 않는다”고 참전 장병들을 폄훼하고 있다.
추모본부 홈페이지에 이 글을 옮겨놓은 이는 스스로를 아이디 ‘참수리 276’으로 밝힌 인터넷 포털사이트인 ‘다음’의 한 카페 회원. 그는 스스로를 현재 모 대기업 보험회사에 근무 중인 해군 사병 출신으로 지난해 서해교전 때 사망한 조천형 중사와 함께 교육을 받은 인연으로 전사자 추모사업에 남다른 애정을 갖고 지원 활동에 힘써오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지난주 월요일 아침 자신의 개인 홈페이지(http://myhome.hanmir.com/pkm359)가 해킹당한 채 A여대 통일 총학생회 명의로 된 문제의 글이 화면에 떠 있어 경악을 금치 못했으며 즉시 이를 서해교전 전사자 추모본부의 홈페이지에 올려 문제를 제기했다고 밝혔다.
이 회원의 개인 홈페이지는 해킹당한 뒤 서버를 관리하는 해당 포털사이트에 의해 폐쇄된 상태.
다음에 개설된 추모본부 카페 홈페이지에는 “과연 너희들이 우리나라 국민이 맞는지 묻고 싶다”는 항의성 글부터 A여대와 이 학교 총학생회를 비난하는 글이 빗발치고 있다.
반면 사건의 진상을 촉구하며 “해킹 화면의 캡처 사진을 보여 달라”는 의견과 “오해의 소지가 있으니 억울한 누명을 쓰는 사람이 생기지 않도록 조심하자”는 등의 ‘사이버 테러리즘’에 대한 의혹도 제기됐다.
A여대 총학생회는 13일 학교 홈페이지를 통해 성명을 내고 “그 글은 우리가 올린 게 아니며 누군가가 우리 명의를 사칭했다”며 “추모본부는 이번 사건의 해결을 위해 사이버 수사대에 수사를 의뢰해 엄중하게 대처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해킹당한 피해자측에서 고소고발 등 수사를 의뢰하거나 A여대 총학생회가 명예훼손 등으로 고소할 경우 바로 수사에 착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영기자 jay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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