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그 리어카를 천천히 따라갔다. 리어카를 타고 있는 할머니는 손발을 쓰지 못하는 분이었다. 할아버지는 가끔 리어카를 도로 가장자리에 세워 두고 중랑천 건너를 바라보기도 하고, 한가롭게 헤엄치는 오리 떼를 보기도 했다. 간혹 두 사람의 얼굴이 마주칠 때면 서로 웃음을 주고받곤 했는데, 이런 그들의 모습은 더없이 행복해 보였다. 할아버지는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침을 흘리는 할머니의 입가를 거친 손으로 쓱쓱 닦아 주기도 했다. 그들을 바라보고 있자니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조금은 알 것도 같았다.
얼마나 달렸을까. 사람들이 많이 모인 곳에 도착했다. 큰 목소리가 나고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누구 하나 말리는 사람이 없었다. 서로 자전거를 타다가 엉켜 넘어지면서 싸움이 일어난 것 같았다. 그들은 서로 자기의 잘못은 인정하지 않고 상대방 탓만 하고 있었다. 모처럼 좋은 시간을 갖기 위해 중랑천 둔치에 나왔는데 기분을 확 잡쳐 버렸다.
중랑천에 새 길이 생기면서 시도 때도 없이 불어대는 호루라기 소리, 남을 고려하지 않는 자전거의 과속 질주, 공중도덕의 실종 등도 덩달아 생겨났다. 나만의 즐거움을 위해 상대방에게 피해를 주는 이기주의가 만연하면서 훈훈한 정도 사라지는 것 같아 아쉽다. 한바탕 소동이 정리된 후 할아버지는 그 자리를 지나갈 수 있었다. 할아버지는 그들이 싸움을 하면서 쓰러뜨렸던 꽃대를 세우고, 꺾인 꽃가지를 들고 와 할머니에게 주었다. 순간 그 자리에 남아 있던 사람들은 너나할 것 없이 노부부를 부러운 듯 쳐다보았다.
이처럼 중랑천은 건강한 사람이나 심신이 불편한 사람 모두가 공존하는 공간이다. 이 노부부가 보여준 가슴 찡한 사랑의 물결이 멀리 퍼져 나갈 때 우리 사회가 조금은 따뜻해지리라 생각한다.
장석영 서울 선덕고 체육교사·서울 도봉구 쌍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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