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 수질-경제성 싸고 공방 치열

  • 입력 2003년 7월 18일 17시 11분


우려했던 전북지역 주민들의 항의시위는 없었으나 재판장은 시종일관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지난 16일 재판부가 ‘새만금 사업’ 중지결정을 내린 뒤 파문이 채 가라앉기도 전인 18일 오후 2시, 서울지방법원 101호 법정에서는 ‘새만금 간척사업 정부조치계획 취소청구의 본안소송’ 공판이 열렸다.

재판시작 1시간 전부터 취재진과 방청객이 몰려들어 60여석의 방청석을 모두 채웠다.

재판에 앞서 원고측 박태현 변호사는 기자들에게 “오늘 쟁점은 수질과 경제성”이라면서 “사업이 완공됐을 때 과연 농업용수 4급수를 유지할 수 있을지와 경제성 평가가 잘못됐다는 부분에 초점을 맞춰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장영달 의원(전북 전주완산)은 “전북이 너무 낙후돼 지금도 사람들이 전북을 떠나고 있다”며 개발필요성을 강조한 뒤 “한번 결정된 국가정책은 계속 집행돼야 하는데 이를 지키지 않아 국가가 위기를 자초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오후 2시 재판부의 입장과 함께 공판이 시작됐다.

재판장에 들어선 강영호 부장판사는 16일 내린 공사중지 명령의 파장을 의식한 듯 이례적으로 ‘공사중지 결정 배경’과 ‘앞으로의 재판진행절차’에 대해 짧게 설명했다.

강 판사는 “이 재판은 치열한 법정 공방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돼 공사중지 결정을 내렸으며 (판단에 필요한)구체적인 증거가 요구된다. 재판부는 이번 재판에 대해 어떤 예단도 갖고 있지 않으며 보강공사 여부는 양측의 의견을 들어 빨리 결정 하겠다”고 말했다.

피고측이 원고측 소송인(3538명)의 적격여부(주소지 등의 문제를 거론)에 대해 이의를 제기해 잠시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서울대 환경대학원장 "새만금 부영양화로 4급수 유지 힘들다"

첫 번째 원고측 증인으로 나온 김정욱 서울대 환경대학원장(전 새만금 민관 공동조사단 수질분과위원장)은 “전체 수질분과 위원들은 찬반을 떠나 환경부의 수질개선 시책이 비현실적이라는 결론을 내렸다”면서 “새만금처럼 거대한 호수는 부영양화 때문에 4급수를 유지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새만금호 물은 반드시 썩을 것이고 시화호보다 훨씬 위험하다”면서 새만금호의 얕은 수심과 많은 조류(藻類)에 의한 부영양화, 주변에 널린 산업체 및 농경지, 축사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또 “정부 시나리오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으로 방법상의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 뒤 “당시 공동조사단은 토론과 공청회 등 검증작업을 거친다는 합의도 이행하지 않는 등 비민주적이고 편파적으로 운영됐다”며 조사단의 파행운영을 비판했다.

김 교수의 주장에 대한 피고측의 공방이 이어졌다.

김교수 증언에 대한 피고측 반박 "농업용수 문제없다"

김 교수의 증언이 끝난 뒤 피고측(농림부)은 “김 교수의 주장은 현재 진행 중인 수질대책과는 다르다”면서 “수질목표치 달성이 가능하다는 의견도 상당수 있었다”고 반박했다.

피고측은 이어 김 교수에게 “지난 98년 공동조사단 보고에 따르면 새만금호 수질이 4등급으로 밝혀졌는데 이는 농업용수로 사용하는데 문제가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피고측은 “김 교수의 말대로라면 우리나라 호수 중 수질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곳은 단 한곳도 없다”며 김 교수가 제시한 기준이 까다롭다고 지적한 뒤 “새만금호는 시화호와는 달리 환경시설도 고려하면서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만약 순차개발을 할 경우 수질을 유지할 수 있나”라는 재판부의 질문에 대해 “수질 개선을 위해서는 방조제를 없애야 한다”고 못 박았다.

이어 피고측이 “문제가 되는 만경호를 막으면 수질 문제는 해결되는 것 아니냐”고 묻자 김 교수는 “만경호만 막으면 가능할 수도 있으나 그럴 경우 또 다른 둑을 쌓아야하는데 비용이 어쩔지 모르겠다”고 답변했다.

이후 피고측은 지난해 새만금 환경대책위원회가 작성한 보고서와 만경강 하구의 수질이 점차 개선되고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재판부에 증거물로 제출했다.

재판장은 2시간여 가량 진행된 김 원장에 대한 신문을 끝으로 공사중단 범위문제에 대해 조만간 결론을 내리겠다면서 오후 4시 휴정을 선언했다.

조승헌 박사 "사업 중단 옳다…풍력발전소로 활용하자"

10분후 재판이 속개됐고 경제성 문제에 대해 증언할 원고측 증인 조승헌 박사(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에 대한 신문이 시작됐다.

조 박사는 “수질개선을 위해 추가로 들어갈 비용이 너무나 크다”면서 “지금이라도 사업을 중단하는게 옳다”고 주장했다.

조 박사는 “공사를 중단한 뒤 기존 방조제를 풍력발전소로 활용하자”고 제안했다.

이날 공판은 조 박사의 증언을 마지막으로 끝났고 다음 재판은 당사자들과의 협의를 거쳐 다음달 18일에서 20일 사이에 열기로 했다.

피고측은 네덜란드 간척사례를 증언할 바트 슐츠(Bart Schultz) 전 국제관개배수위원회(ICID)위원장과 수질전문가인 윤충경 경북대교수 등 국내외 전문가 5명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이에 앞서 환경단체측은 독일 환경연방청의 아돌프 켈러만 생태계 연구팀장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재판부는 끝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4공구에 대해서는 농업기반공사가 보강공사에 필요한 설계도 등 추진일정을 재판부에 제출한 뒤 최소한의 공사를 실시하고 보수가 필요한 나머지 공구도 보강공사를 실시하라”고 명령했다.

공판을 마친 뒤 최열 환경운동연합 대표는 “오늘 재판 결과 정부의 수질대책에 대한 모순이 여실히 드러났다”면서 “앞으로 새만금호의 올바른 활용방안을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창현 동아닷컴기자 cch@donga.com

최건일 동아닷컴기자 gaeg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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