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후 인천 부평구 청천동 고층 아파트에서 자녀 2명을 밀어 떨어뜨린 뒤 막내딸을 안고 자신도 투신해 숨진 주부 손모씨(34·인천 서구 가정동)가 생전에 감내해야만 했던 생활 모습이다.
경찰은 수년간 생활고에 찌든 손씨가 마지막 선택으로 자녀들과 동반 투신한 것으로 보고 있다.
18일 오후 손씨와 자녀 3명의 시신이 안치된 부평구 청천동 세림병원 영안실에는 손씨의 남편 조모씨(34)와 남동생 등 유족 10여명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유족들은 취재기자들에게 “나가 달라. 괴롭히면 경찰을 부르겠다”며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소식을 듣고 이날 오전 대전에서 온 남편 조씨는 머리를 숙인 채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집사람이 알뜰하게 살림을 꾸렸는데…”라며 흐느꼈다.
조씨는 다니던 가구회사가 3년 전 부도난 뒤 일정한 직업 없이 일이 있을 때마다 건설 현장에서 품을 팔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남편이 실직한 직후 막내가 태어나자 손씨는 어린애 3명을 돌보느라 돈벌이도 할 수 없는 처지를 한탄했다. 생활비를 한 푼이라도 벌기 위해 틈이 날 때마다 식당에서 시간제 허드렛일을 했다.
손씨는 은행에서 1000만원을 빌렸고 남편 명의 카드로 3000만원을 대출했다. 신용카드 3개로 빚을 돌려 막다 남편과 자신이 모두 신용불량자로 분류돼 빚 독촉에 시달렸다.
손씨의 언니(36)는 “9일 전화로 애가 열이 심해 병원에 가야 하는데 돈을 빌려달라고 해 5만원을 부쳐줬다”며 “요즘 왜 전화를 안 받느냐고 물으니 ‘카드사의 빚 독촉 전화가 자꾸 걸려와 전화기 코드를 빼놓고 산다’며 신세를 한탄했다”고 말했다.
손씨의 큰딸(8·1학년)이 다니던 인천 서구 K초교는 이날 비통함에 잠겼다.
큰딸은 이날 수영장으로 현장학습을 떠날 예정이었지만 가정 형편 때문에 참가비 3800원을 내지 못했다.
이 학교 교무부장은 “평소 친구들과 잘 어울리며 밝게 지내서 현장학습비를 못 낼 만큼 가정이 그렇게 어려운지 몰랐다”고 말했다.
이날 동아닷컴 홈페이지에도 이들의 안타까운 죽음을 애도하는 글이 잇따랐다. 한 네티즌은 “너무 가슴이 아파 하루 종일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아이들아. 부디 좋은 세상에 다시 태어나렴”이라며 애도했다.
그러나 죽기 싫다는 아이들을 죽음으로 내몬 손씨에 대한 비난의 글도 적지 않았다. 한 네티즌은 “아무리 부모라 해도 자식의 생명을 거둘 수는 없다. 살고 싶다고 엄마에게 매달리는 아이들의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 해도 너무 괴롭다”며 손씨의 행동을 비난했다.
또 다른 네티즌도 “죽음을 직감하고 공포에 떨었을 어린 영혼들…. 가슴이 울고 하늘이 운다. 눈물 같은 비가 내린다”며 아이들의 죽음을 슬퍼했다.
부평=차준호기자 run-juno@donga.com
황금천기자 kc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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