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1994년 4월 서울 모 중국집에서 함께 일하던 조모씨(34·광주 서구)가 주민등록증을 놔둔 채 음식점을 그만두자 이 주민증에 자기 사진을 붙여 지금까지 조씨 행세를 하며 살아왔다.
김씨는 조씨 명의로 통장 등을 개설해 최근까지 1000여차례의 강의와 대외 활동으로 벌어들인 소득 1억여원에 대한 세금을 내지 않아 조세 포탈 혐의도 받고 있다.
김씨가 이같이 남의 이름으로 세상을 살게 된 것은 사소한 실수 때문.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1986년 광주 모 고교를 중퇴하고 무작정 상경한 그는 중국집을 전전하면서 거주지 이전신고를 하지 않아 예비군 소집 통지서를 받지 못해 92년 향토예비군설치법위반혐의로 기소중지됐다.
이듬해 주민등록까지 직권 말소되면서 ‘김대중’이란 본명을 잃게 된 그는 동료 배달원이 두고 간 주민등록증을 보고는 유혹을 느껴 이를 위조했다.
엉뚱한 근로소득세 납부고지서 등이 계속 날아오자 누군가 자신의 이름을 도용한 것으로 의심한 조씨의 신고로 결국 김씨는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김씨는 경찰에서 “그동안 혼인신고도 못하고 자식들을 호적에 올리지 못하는 등 고통이 심했는데 이제 후련하다”며 “죗값은 달게 받겠다”고 말했다.
광주=정승호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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