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명대 한국선사미술연구소는 22일 울산시에 제출한 ‘천전리 각석 실측조사 보고서’에서 각석이 풍화작용과 인위적인 시설에 따른 관광객들의 접촉 등으로 훼손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너비 9.5m 높이 2.7m의 각석 위에는 소나무가 자라고 있어 나무뿌리 때문에 각석이 균열될 위험이 높다고 밝혔다. 특히 각석은 윗부분이 앞으로 15도 가량 기울어 있어 뿌리 때문에 각석이 넘어질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또 각석 앞에는 관람객의 편의를 위해 콘크리트로 계단을 쌓는 바람에 각석을 쉽게 만질 수 있는데다 물이 빠지지 않아 각석 아래는 훼손이 더욱 심하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 각석에는 ‘1975’ ‘1984’ ‘good time’ ‘손○○’ ‘○○청년회’ 등 국보 지정(1973년 5월) 이후 관람객들이 새긴 것으로 보이는 낙서가 30여 곳에서 발견됐다.
이밖에도 암각화 뒤편의 농경지에서 유기물이 함유된 빗물이 흘러내려 각석에 미생물이 자랄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장석호(張錫浩) 책임연구원은 “각석 주변에 관람객의 접근을 막기 위해 설치된 철책은 간격이 넓어 성인도 쉽게 들어갈 수 있는 무용지물”이라며 “차라리 철책과 콘크리트 계단을 철거해버리면 주위 경관과 어울리고 관람객의 무분별한 접촉도 차단할 수 있다”고 밝혔다.
천전리 각석은 동심원과 마름모 등 선사시대 바위그림과 신라시대 문자가 새겨진 암각화(岩刻畵)로 1970년 12월 동국대 문명대(文明大) 교수에 의해 발견됐다.
한편 천전리 각석에서 2km 아래의 선사시대 바위그림인 반구대 암각화(국보 제285호·1971년 발견)는 울산시와 문화재청이 올해부터 보존과 관광개발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울산=정재락기자 raks@donga.com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