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대구 도심 중소기업 사장 집에서 발생한 권총강도 사건(본보 23일자 A27면)으로 대구 경찰의 고질적인 문제점이 다시 한번 드러났다.
경찰은 사건 발생 직후 현장에서 장난감 총알이 발견됐다며 이 사건을 완구용 총기를 이용한 강도범의 소행으로 보고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그러나 사건 발생 6시간 만인 이날 오후 4시경 피해자의 집 거실 소파에서 권총에서 발사된 탄두가 발견되자 ‘38구경 권총’또는 사제총(私製銃)에 의한 강도 사건으로 수사방향을 바꾸는 등 갈팡질팡 했다.
‘경찰이 이번 사건을 축소,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수사 전문가들은 “피해자가 사건 발생 40여분 후 병원 응급실에서 관통상 치료를 받은 점 등을 감안할 때 경찰이 총기에 의한 강도 사건이라는 사실을 이미 파악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피해자가 가슴과 어깨 부위에 관통상을 입고 피를 흘린 점으로 미뤄 ‘수사관들이 어린애수준의 판단력을 갖고 있지 않는 한 완구용 총기에 의한 범행으로 추정하는 것이 어렵다’는 게 수사전문가들의 지적.
이와 관련, 중부경찰서 수사과장은 이날 오후 10시 반경 피해자의 상태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피해자가 왼쪽 팔부위에 가벼운 찰과상을 입었다”고 태연하게 거짓말을 했다.
이 때문에 20여일 앞으로 다가온 대구유니버시아드 대회를 앞두고 ‘대구의 치안이 불안하다’는 비판 여론이 일 가능성을 의식, 경찰이 이번 사건을 의도적으로 축소하려 한 게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대구경찰청은 특히 사건발생 12시간 후인 이날 오후 10시부터 3시간동안 대구시내 전역에 대한 일제 검문검색을 실시, ‘뒷북수사’라는 비판을 받았다 .
경찰은 지난해 대구 달서구 와룡산 성서개구리소년 유골을 발견한 뒤에도 현장을 훼손한데 이어 지난 2월 대구지하철 방화참사의 현장보존에도 실패하는 등 초동수사에 허점을 드러내 곤욕을 치렀다.
경찰은 이밖에 대구 성서 기업은행지점 총기강도 사건, 주택가 어린이 황산피습사건 등 지역에서 발생한 대형 강력사건도 초동수사를 부실하게 해 아직까지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프로들이 설치는 범죄의 무대에서 큰 사건만 터지면 우왕좌왕, 허둥대는 ‘대구경찰의 수사 방식’에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는 시민들이 많다.
대구=정용균기자 cavat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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