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학벌 극복, 대학 경쟁 막아선 안돼

  • 입력 2003년 7월 25일 18시 32분


정부 부처와 각계 전문가로 구성된 ‘학벌 극복 합동기획단’의 활동은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갖게 한다. 기획단이 중점 과제로 채택한 능력 중심 인사시스템 정착은 바람직한 일이다. 불합리한 학벌 관련 차별도 해소돼야 한다. 그러나 학벌 극복, 대학 서열 개선이라는 명분으로 교육의 질과 직결되는 대학간 경쟁을 막는 경우가 생긴다면 우려할 만한 일이다.

정운찬 서울대 총장이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대학 서열 철폐는 포퓰리즘’이라고 한 발언을 놓고 학벌타파운동단체들이 반발하고 있지만 정 총장의 말대로 어느 시대든 사회를 이끌어가는 엘리트는 필요하다. 각 대학은 누가 시대와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를 길러내느냐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해야 마땅하다.

‘학벌주의’가 입시경쟁과 사교육비 부담을 주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맹목적 학벌 극복은 맹목적 학벌주의만큼이나 위험하다. 학벌주의 극복정책이 개인의 실력과 상관없이 자리를 나눠 갖는 식이 되거나 열심히 공부하지 않고 아무 대학이나 진학하면 된다는 식으로 전개돼서는 곤란하다. 대학 서열을 인위적으로 없애 대학교육이 하향 평준화된다면 우리의 미래는 암담하다.

미래의 성장동력은 결국 사람이다. 세계화 정보화시대에서는 인적자원의 질과 양이 경제성장과 국가 명운을 좌우한다. ‘차세대 성장산업 국제회의’에서 세계 석학들이 우리에게 주문한 것도 교육과 인재의 육성이다. 이제는 해외 인력 못지않은 실력을 지닌 인재를 우리 대학에서 길러내야 한다. 대학들은 신입생 모집을 놓고 국내 대학끼리 경쟁할 것이 아니라 세계의 일류 대학과 견줄 수 있도록 교육의 질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학생은 경쟁력 있는 대학을 선택하고 사회와 기업은 이들 대학을 졸업한 경쟁력 있는 인재를 활용해야 국가발전도 가능해진다. 이미 경쟁체제를 갖춘 선진국 대학은 더 나은 변화를 모색하고 있는데 우리 정부는 획일적 평등교육, 경쟁 없는 우민화정책을 추구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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