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씨는 28일 “하회탈이 ‘한국인의 표정’이라고 하지만 정작 하회탈의 정확한 모습을 제대로 아는 국민은 거의 없다”며 “세계 최고 수준의 가면인 하회탈을 제대로 이해하지 않고 공장에서 마구 찍어내는 것은 잘못”이라고 말했다.
안동대 박물관팀은 이를 위해 지난주 국립중앙박물관에 보관돼 있는 하회탈 11개(각시 양반 부네 백정 할미 이매 선비 초랭이 중 주지 등)와 병산탈을 컴퓨터를 이용한 3차원 입체영상으로 정밀 촬영했다. 눈 코 입 이마 등의 크기와 얼굴 부위별 길이 등을 전후좌우 방향에서 자로 재고 컴퓨터에 입력시킨 것. 하회탈이 1964년 국보로 지정되고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옮겨진 뒤 처음 있는 일이다.
“하회탈은 어떤 각도에서 살펴보느냐에 따라 다양한 표정 변화가 생깁니다. 남자 탈이든 여자 탈이든 굴곡과 입체감이 강해 한결 풍부한 표현이 나오는 것이죠. 자세히 보면 콧대와 눈매 등이 비현실적인 것처럼 조각됐고 한 입으로 웃는 얼굴과 화난 얼굴을 동시에 표현하기도 합니다. 이런 부조화가 하회탈의 역설적 매력이죠.”
권씨는 “서울 인사동이나 전국의 관광지에서 판매되는 하회탈은 너무 조잡해 전통적인 우리 하회탈이라고 볼 수 없다”며 “하회탈은 좌우 비대칭이 가장 큰 특징인데 지금까지 알려진 사진은 정면 사진뿐이라 이를 보고 대충 찍어내거나 조각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본의 전통탈 문화재는 하회탈보다 수준이 낮지만 아무나 만들어 판매하지 않는다”며 “하회탈 실측조사에 따른 정확한 자료가 나오면 이를 토대로 우리나라도 공인기관의 검증을 거친 제품을 관광상품으로 판매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권씨는 이번 실측을 토대로 하회탈의 다양한 표정이 살아 있는 정확한 복제품을 제작해 9월 중순 안동대 박물관에서 전시할 예정이다.
안동=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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