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보상 흘릴땐 언제고" 정부 배제방침에 위도주민들 격앙

  • 입력 2003년 7월 29일 18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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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29일 국무회의에서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 유치 신청을 한 전북 부안군 위도 주민에게 현금보상을 하지 않기로 결론을 내리자 위도 주민들은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 현금보상이 안 되면 공사는 불가능하다”며 격앙된 모습을 보였다.

반면 원전센터(방사성 폐기물 처리장) 위도면 유치추진위원회와 일부 주민들은 “좀 더 지켜보면서 현금보상을 받아 내도록 노력하자”며 신중한 입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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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도 치도리 주민 박모씨(38)는 “주민들 사이에 공사를 막겠다는 분위기가 팽배했다”며 “배를 이용해 건축 자재나 핵폐기물을 실어 오면 어망을 바다에 풀어 막자는 말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대리에 사는 어민 조모씨(54·여)는 “우리가 먼저 돈을 요구한 것도 아니고 한국수력원자력측이 3억원에서 5억원씩을 보상받을 수 있다고 흘려 돈 얘기가 나온 것”이라며 “돈 받고 고향을 팔아먹으려고 흥정을 벌인 사람들로 매도돼 억울하다”고 말했다.

진리의 어민 김모씨(65)는 “산업자원부 장관의 (현금보상) 발표를 뒤엎고 현금보상 불가 방침을 밝힌 정부를 어떻게 믿겠느냐”며 “앞으로 발생하는 모든 집단행동에 대한 책임은 정부가 져야 한다”고 말했다.

유치 반대 운동을 해 온 차도리 주민 서대석(徐大錫·51)씨도 “만일 정부가 공권력을 앞세워 공사를 강행한다면 엄청난 희생이 뒤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40여명으로 구성된 유치추진위는 이날 오후 대책회의를 열고 대응 방안을 협의했다.

유치추진위 정영복(鄭永福·52) 위원장은 “정부의 최종 방침이 보상이 안 되는 방향으로 결정되면 투쟁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끝까지 싸워 직접 보상을 이끌어내 주민들이 보상을 받고 사업도 원활하게 추진되는 방향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종규(金宗奎) 부안군수는 “국무회의 의결 사항은 현행법 테두리 안에서 한 얘기로 안다”며 “구체적 지원 규모가 확정되면 보상절차 협의 과정에서 주민 요구가 최대한 반영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 군수는 “부안 지원 특별법 제정 과정에서도 가급적 직접보상 규정을 넣도록 정부에 건의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핵폐기장 백지화 범부안군민대책위 김종성(金鍾成·38) 집행위원장은 “이번 논란은 정부가 부추긴 것이기 때문에 사태에 책임을 지고 산자부 장관은 사퇴하고 대통령은 사과하라”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위도 주민들이 반대 입장으로 돌아선다면 범 군민적인 반대투쟁 대열의 중심에 서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부안=김광오기자 kokim@donga.com

▼국무회의 위도 발언록▼

29일 열린 국무회의에서는 최근 논란의 핵이 되고 있는 전북 부안군 위도의 방사성폐기물 처리장 부지 선정 문제가 긴급 의제로 올랐다.

특히 위도 주민들이 요구해온 ‘현금 보상’ 문제는 가장 예민한 사안이었으나 정작 이날 회의에서는 국무위원 누구도 찬성 의견을 내지 않았다.

주무부처 장관인 윤진식(尹鎭植) 산업자원부 장관이 먼저 ‘위도 지원종합계획’을 보고하면서 “지난 주말 위도 현지에 갔을 때 현금 지원을 검토하겠다고 했지만 돌아와서 관계 부처와 협의한 결과 현금 지원은 적절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자 다른 장관들도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오히려 동조 의견이 잇따랐다.

특히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고건(高建) 국무총리는 “현금 지원은 다른 국책사업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원칙론을 편 것으로 알려졌다. 주민들에게 개별적으로 거액의 현금을 지급하는 선례를 남길 경우 앞으로 다른 국책사업을 추진할 때 같은 요구에 부닥칠 수밖에 없다는 우려였다.

한명숙(韓明淑) 환경부 장관 등 다른 몇몇 장관도 조심스럽게 현금 보상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냈다. 또 정부 예산 주무부처인 기획예산처의 변양균(卞良均) 차관도 “법적으로 현금 보상을 할 근거가 없고 ‘보상’이라는 표현 자체가 옳지 않은 만큼 ‘지원’이라는 용어를 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각기 국무회의 브리핑에 나선 윤태영(尹太瀛) 청와대 대변인과 조영동(趙永東) 국정홍보처장은 사안이 민감한 탓인지 현금 보상에 반대 의견을 낸 장관들의 이름과 발언 내용을 공개하는 문제를 놓고 기자들과 ‘스무고개’를 넘듯이 입씨름을 벌였다.

윤 대변인은 “장관들의 발언 내용은 국정홍보처장이 브리핑할 것이다”면서 입을 다물었고 조 처장은 40여분간 기자들의 질문이 끊이지 않자 “오늘은 취재를 많이 하네. 꼭 누가 얘기했다고 밝혀서 망신을 시켜야 하느냐. 현금 지원을 안 한다는 게 중요한 것이다”며 자세한 공개를 피했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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