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생활을 하는 필자는 하루 종일 상자 안에 갇힌 듯한 느낌을 갖고 산다. ‘아파트’라는 좁은 상자 안에서 일어나 몇 걸음 안 걸어 더더욱 좁은 ‘자동차’라는 상자 속으로 들어갔다가 ‘회사’라는 상자 속에서 하루의 대부분을 보낸다. 그런데 이 각양각색의 상자들 사이에 또 하나의 상자가 있다. 그것은 바로 엘리베이터다. 아마 직장인이라면 하루 평균 7, 8번은 타게 되는데, 일단 오래 기다려야 한다는 것부터가 고역이다. 고층빌딩 엘리베이터에 탔을 경우 나의 행선지보다 저층의 버튼이 많이 눌러져 있는 것을 보면 한숨부터 나온다. 가끔 꼬마 녀석들이 장난삼아 모든 층의 버튼을 눌러 놓았을 때의 갑갑함이란…. 어디 그뿐인가.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면 사람들이 내리기도 전에 몰려드는 사람들, 내리려는 사람 입장에서는 당황스럽기 짝이 없다. 질서를 지키려는 사람들이 오히려 바보가 되는 상황이다. 엘리베이터에 좋은 자리가 따로 있는 것도 아닌데 이처럼 서둘러 먼저 들어가려는 심리는 한국인 특유의 조급증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엘리베이터 안 풍경도 각양각색이다. 남들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휴대전화로 통화하는 사람들, 삼삼오오 모여 깔깔대며 큰 소리로 얘기하는 사람들. 그 좁은 공간에서 자신의 목소리가 크게 울려 퍼지는 게 뭐가 그리 좋을까. 스트레스는 내릴 때도 이어진다. 뒤에 서 있다가 내려야 할 층에서 “실례합니다”라며 앞으로 나가려면 요지부동 서 있는 사람도 있다. 결국 사람들을 피해 간신히 빠져 나왔을 때는 진땀 범벅이다. 아파트 엘리베이터 내에 붙어 있는 ‘이웃들과 사이좋게 인사합시다’란 스티커나 회사 엘리베이터 내에 붙어 있는 ‘서로 양보하라’는 글귀가 무색하다. 현대인들은 하루의 대부분을 직장에서 보낸다. 뻥 뚫린 하늘 아래 자연을 만날 수 있는 시간이 거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엘리베이터라는 일상적인 공간의 스트레스는 삭막한 현대사회의 축소판으로 느껴진다. 1∼2평 남짓한 공간에서라도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을 갖는다면 잠시라도 기분이 좋아지지 않을까. 임경선 ㈜두산 잡지 경영관리 마케팅팀 팀장 서울 성동구 옥수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