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주는곳 학교짓고,교실 남는곳 더짓고.

  • 입력 2003년 8월 3일 16시 32분


서울시 교육청이 '필요한 교실 숫자'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학교신설 및 교실증축에 나섰다가 학생이 줄어드는 곳에 학교를 신설하고, 여유교실이 있는 학교에 교실을 증축한 것으로 감사원 감사결과 드러났다.

감사원은 올 3~4월 서울시 교육청 등 7개 기관을 대상으로 한 '학교시설공사 집행실태' 감사에서 서울시 교육청이 실태파악에 실패하고, 교육부가 마련한 시설개선 기준을 따르지 않는 바람에 이 같은 문제점이 생겼다고 3일 밝혔다.

감사원에 따르면 서울시 교육청은 2005년까지 29개 중고교를 신설하면서 학생수가 자연감소해 현재도 '학급당 35명 이하'라는 기준에 부합하는 지역에 예산 6702억원을 투입해 교교 16개, 중학교 10개를 신설하는 계획을 세웠다. 감사원 관계자는 "이 가운데 8개 고교는 공사를 시작했고, 13개 중고교는 설계 및 설계준비중이다"고 밝혔다.

또 서울시 교육청은 희망자만 고급과정을 선택하는 '수준별 강의' 제도의 도입으로 교실이 추가로 필요하게 되는 7차 교육과정이 2004학년도부터 시작되는 것을 앞두고 교실증축 사업을 벌이고 있지만, 예산을 일률적으로 배분해 교실부족 현상이 생기게 됐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서울시 교육청은 2001년 1월 각급 학교의 기존시설과는 무관하게 일률적으로 '초등학교는 학교당 9개 교실, 중학교는 12.5개, 고등학교는 16개를 더 짓는다'는 계획을 세웠고, 이 사업에 2조1655억원을 배정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교육부가 같은 해 현황을 먼저 파악하라는 지침을 만들었지만, 서울시 교육청이 무시했다"며 "그 결과 시설을 확충한 190개교 가운데 137개교에선 418개 교실이 과잉 공급됐고, 53개교에선 220개 교실이 부족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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