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현장에서 뛰는 일선 경찰에게는 남다른 어려움이 있다. 계급구조의 불균형에서 비롯되는 상실감 때문이다. 통계에 따르면, 경찰조직은 경사 이하가 전체 인력의 약 86%를 차지하고 있다. 중간에서 실무를 담당하는 층이 극히 엷은 것이다. 이는 현장 실무인력의 직무수행과 사기진작에 악영향을 초래하고 있다. 예를 들어, 수사업무의 경우 경위 이상 ‘사법경찰관’만이 직무를 수행할 수 있다. 그러나 인력부족으로 인해 경사 이하의 경찰이 이를 대행하는 경우가 많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직결되는 총기 사용에서도 현장을 감독해야 할 경감·경정 등 중간관리자가 절대 부족해 고도의 판단력과 전문성을 유지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다른 부처와 비교해볼 때, 경사(7급) 이하 인력의 비율은 28%가량 높고 경위(6급)-경정(5급) 인력은 22%가량 낮다. 따라서 직무수행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라도 중간 실무자와 관리자급의 비율을 높여야 한다.
경찰공무원은 승진시험으로 진급하기가 어렵다. 처리해야 할 각종 사건사고가 산적해 있고, 강력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끊임없이 야간 근무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언제 공부할 수 있겠는가. 이러니 평생을 근무하고도 말단 ‘경사’ 이하 계급을 달고 퇴직하는 경우가 전체의 72%나 된다. 과거처럼 명분만 내세우는 조직 쇄신보다는 현장의 절대 다수 하위직 경찰관들이 겪는 이 같은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는 실질적 조치가 취해질 때, 사기진작과 더불어 대국민 치안 서비스도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최승근 경찰청 정보통신관리관실 경사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