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칼럼]최승근/경찰 중간관리직 늘려야

  • 입력 2003년 8월 5일 18시 53분


코멘트
최승근
요즘 TV에는 경찰관의 24시를 밀착해 다룬 프로그램이 자주 방영되고 있다. 이러한 프로그램에서는 열악한 근무환경에서도 민생치안을 위해 밤낮 없이 조직폭력배나 마약사범을 검거하는 경찰관의 모습이나 여경 기동대의 눈부신 활약상뿐 아니라 파출소에서 난동을 부리는 취객을 다루는 경찰까지 적나라한 모습이 공개된다. 경찰의 일상이 일반인들에게 널리 알려짐으로써 국민과 경찰의 거리도 많이 좁혀지고 있다. 실제 경찰서나 파출소에서는 주민들을 위해 휴게실과 독서실을 운영하거나 불우이웃을 위한 ‘열린 행정’을 펴는 곳이 많다. 보람을 느낄 수 있는 경찰의 변화다.

그러나 현장에서 뛰는 일선 경찰에게는 남다른 어려움이 있다. 계급구조의 불균형에서 비롯되는 상실감 때문이다. 통계에 따르면, 경찰조직은 경사 이하가 전체 인력의 약 86%를 차지하고 있다. 중간에서 실무를 담당하는 층이 극히 엷은 것이다. 이는 현장 실무인력의 직무수행과 사기진작에 악영향을 초래하고 있다. 예를 들어, 수사업무의 경우 경위 이상 ‘사법경찰관’만이 직무를 수행할 수 있다. 그러나 인력부족으로 인해 경사 이하의 경찰이 이를 대행하는 경우가 많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직결되는 총기 사용에서도 현장을 감독해야 할 경감·경정 등 중간관리자가 절대 부족해 고도의 판단력과 전문성을 유지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다른 부처와 비교해볼 때, 경사(7급) 이하 인력의 비율은 28%가량 높고 경위(6급)-경정(5급) 인력은 22%가량 낮다. 따라서 직무수행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라도 중간 실무자와 관리자급의 비율을 높여야 한다.

경찰공무원은 승진시험으로 진급하기가 어렵다. 처리해야 할 각종 사건사고가 산적해 있고, 강력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끊임없이 야간 근무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언제 공부할 수 있겠는가. 이러니 평생을 근무하고도 말단 ‘경사’ 이하 계급을 달고 퇴직하는 경우가 전체의 72%나 된다. 과거처럼 명분만 내세우는 조직 쇄신보다는 현장의 절대 다수 하위직 경찰관들이 겪는 이 같은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는 실질적 조치가 취해질 때, 사기진작과 더불어 대국민 치안 서비스도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최승근 경찰청 정보통신관리관실 경사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