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를 마치고 이들 부부는 서둘러 종업원을 불러 통닭 한 마리 값을 계산하려 했다. 우리 부부는 반 마리 값을 내겠다고 했으나 그들은 “먼 훗날 우리 인생 후배가 저희에게 닭 반 마리 정도는 사주지 않겠습니까”라며 환하게 웃었다. 옷차림으로 봐서 그리 넉넉한 살림은 아닌 듯 보였음에도 그들은 한사코 계산을 하고 가게를 떠났다.
작년에 율사 출신의 한 여성 국회의원이 자기 아버지 연배의 정치인에게 욕을 했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어떤 이유에서 그랬는지를 떠나 울분을 금할 수 없었다. 아무리 숭고한 뜻을 좇는다 해도 연륜과 인륜을 팽개치며 이를 성취할 수는 없는 법이다. 반면 생면부지의 노부부를 보며 고향의 부모를 떠올린 그들, 어르신들 기분을 상하지 않게 하면서도 선뜻 닭 반 마리를 ‘봉양’한 그들 부부는 필자의 기억에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 있다. 희수(稀壽)를 넘도록 살면서 그렇게 맛있고 영양가 높은 통닭을 먹은 기억이 없는 것 같다. 정쟁과 잇따른 부정부패로 나라는 어수선하지만, 이 같은 사람들이 있기에 대한민국의 앞날에는 아직 희망이 있다고 생각한다.
15일은 선현들이 값진 피땀을 흘려 맞은 광복절이자 말복이다. 뜻 깊은 그날, 점심 때 북창동의 삼계탕 집에 가서 이번에는 객지에 나가 살고 있는 자식의 안위를 묻는 부모의 심정으로 그 중년 부부를 초대하고 싶다.
김재환 서울 동작구 노량진1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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