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 너머로 백송을 바라보던 문화 강좌 수강생들 사이에서 이런 말이 오갔다.
“나무가 죽고 썩었다는데 베어버리지 왜 그냥 두나요?”
“그래도 천연기념물이었고 아직 모양도 남아 있는데 그냥 베어버리는 건 좀 매정하지 않나요?”
신비로움과 품격을 자랑하던 원효로 백송이 이제 마지막 생사의 갈림길에 처하게 된 것이다. 이 상황에서 관리 주체인 용산구가 백송의 처리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용산구는 “이미 죽은 것과 다름없는 나무를 베거나 뽑아버리자는 주장도 있지만 천연기념물까지 지낸 서울의 대표적 백송에 대한 예우가 아닌 것 같다”고 고심하면서 여러 의견을 구하고 있다.
비록 다 죽은 나무지만 완전히 흉물이 되기 전까지는 그냥 두어 사람들이 백송의 마지막 모습을 볼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구는 기본적으로 이에 동의하지만 여기에도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한다.
“그러기 위해선 백송이 썩지 않도록 방부 처리를 해야 하는데 수명이 다한 나무에 방부 처리 비용 600만원을 들이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게다가 방부 처리를 한다고 해도 과연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도 모르는 상황이고요.”
소식을 전해들은 국민대 산림자원학과 전영우(全瑛宇) 교수는 “나무를 베어 이용 가능한 부분을 박물관에 전시하거나 기념품으로 만들고, 대신 그 자리에는 기념 표석과 함께 어린 백송을 다시 심는 것도 하나의 아이디어”라고 조언했다.
이에 대해 구 관계자는 “1990년 태풍으로 쓰러져 죽은 종로구 통의동 백송의 경우 나이테가 보이도록 밑동을 잘라 산림박물관에 보관 전시 중”이라면서 “이런 방법도 생각 중이지만 원효로 백송은 밑동까지 썩은 것 같아 그게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원효로 백송은 1593년 임진왜란 당시 왜군과 명군의 강화조약을 기념하기 위해 심은 것으로 전해진다. 그 백송의 최후가 어떤 모습으로 마무리될지는 아직 모르지만 이 백송 역시 소중한 역사다. 나무는 사라진다고 해도 그 흔적과 역사까지 사라질 수는 없는 법.
6일 폭우 속에서도 ‘천연기념물 제6호’라고 새겨진 표석은 여전히 말없이 백송을 지키고 있었다.
이광표기자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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