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안산지방노동사무소가 이 지역 최대 규모의 택시운수업체인 상록운수에서 벌어지고 있는 ‘노(勞)-노(勞) 갈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노동자들끼리 상급 노동조합 변경문제를 놓고 폭력사태를 빚은 데다 각기 다른 상급단체의 지원을 받아 노동사무소가 자신들에게 유리한 결정을 내려줄 것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는 등 대립각을 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상록운수는 한때 직장폐쇄를 하기도 했다.
▽폭력 부른 노-노 갈등=조합원 367명의 상록운수가 소용돌이에 휩싸인 것은 4월 단체교섭 이후.
당시 한국노총 계열의 노조 집행부가 사측과 ‘월급 인상 없는 사납금 6000원 인상안’에 합의하자 민주노총 계열의 노조원들이 ‘현 노조가 제 기능을 못 한다’며 상급단체 변경을 요구하고 나섰다.
민주노총 계열 노조원들은 지난달 25일 대다수 조합원들이 상급 노동조합을 한국노총에서 민주노총으로 바꾸는데 찬성했다며 안산지방노동사무소에 ‘조직변경 노동조합설립 신고서’를 냈다.
그러나 한국노총 계열 노조원들은 총회에서 참석인원 3분의 2의 찬성을 얻지 못해 부결된 안건을 위원장이 일방적으로 가결시켰다며 총회 결과가 무효임을 주장하고 있다.
지난달 25일에는 조합 사무실을 차지하기 위해 양측이 몸싸움을 벌여 7명이 구속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시위 대결=8일에는 양측 노조원이 동시에 집회를 여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이날 오후 3시경 민주노총 산하 민주택시노조연맹(이하 민택) 상록분회 회원 100여명은 안산시청 앞에서 조직변경 신고서를 빨리 수리해 줄 것을 노동사무소에 요구하는 집회를 가졌다.
이 현장에서 1km가량 떨어진 안산지방노동사무소 인근에선 한국노총 산하 전국택시산업노조(이하 전택) 상록운수분회 회원 등 250여명이 조직변경 신고서를 반려하라며 맞불시위를 벌였다.
시위 대결에는 상급단체인 민택과 전택의 자존심 싸움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안산지역에 있는 5개 택시회사 노조 가운데 1곳을 제외한 4곳은 전택 소속. 민택은 상록운수를 교두보로 세(勢) 확장을, 전택은 수성(守城)을 위해 한 치의 물러섬이 없는 상태다.
노-노 갈등을 견디지 못하던 회사측은 급기야 지난달 27일 0시를 기해 직장폐쇄 조치를 취했다. 나흘 만인 31일 사측은 ‘더 이상 폭력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는 노조의 약속을 받고 직장폐쇄를 철회했다.
노동사무소 관계자는 “18일까지 조직변경 신고서의 수용 여부를 최종 결정할 계획이지만 어떤 결정을 내리든 후유증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산=이재명기자 e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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