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병아버지가 촌지 건네자 점심값 얹어 돌려줘

  • 입력 2003년 8월 14일 22시 41분


부하 사병의 아버지로부터 ‘돈 봉투’를 받은 한 중대장이 따뜻한 편지와 함께 자기돈 1만원을 더 얹어 봉투째 돌려준 사실이 14일 공개됐다.

국방부에 따르면 현직 경찰관인 한모씨는 7일 아내와 함께 강원 양구군에서 복무 중인 아들을 면회했다. 한씨는 아들에게서 “중대장님 덕분에 군 생활이 유익하다”는 말을 들었고 감사의 뜻으로 아들의 상관인 고병오 대위(33·학사 23기)의 업무노트 사이에 30만원이 든 봉투를 몰래 넣어뒀다.

한씨는 다음날 아들을 재차 면회하러 갔다. 그때 고 대위는 한씨에게 큰 봉투를 손에 쥐어주고 조용히 자리를 떴다.

봉투를 뜯어본 한씨는 깜짝 놀랐다. 몰래 넣어두었던 현금봉투와 1만원, 그리고 편지 한통이 봉투 속에 담겨 있었다.

고 대위는 편지에서 “귀한 아들을 군에 보내신 부모님의 마음을 잘 알지만, 공직자인 아버님의 ‘실수’는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내가 전우의 부모님들께 돈을 받아 챙기는 사람으로 비쳤다면 송구스럽다”며 “부모님께 따뜻한 우동 한 그릇 대접하는 마음으로 1만원을 동봉한다”고 적었다.

한씨는 귀가 후 조영길(曺永吉) 국방부장관에게 펜을 들었다. 그는 “너무 부끄러워 쥐구멍을 찾고 싶었다. 고 대위에게 감사한 마음을 꼭 전달하고 싶다”는 글을 보냈다.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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